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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부실 알고도 판매’ 1심서 무죄...우리금융 영향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17 17:50

KB증권 전현직 임원, '라임 부실 인지하고도 판매' 무죄

당국 "만기상환 불확실성 알고도 고객에 알리지 않았다"



일부 위원 이견에도...우리금융 회장에 문책경고 중징계

우리금융, 소송 제기시 KB증권 1심 주요 쟁점 부상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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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금융당국이 우리은행에 라임펀드 관련 유동성 리스크를 인지했음에도 이를 고객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내린 가운데, KB증권의 경우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우리금융의 향후 소송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아직 우리금융은 소송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는데, 라임 중징계의 핵심이자 KB증권의 주요 혐의 중 하나인 ‘펀드 부실 또는 부실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판매했다’는 것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온 만큼 우리금융도 해당 사안에 대해 소송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 "펀드 손실 알고도 판매" KB증권 전현직 임직원 무죄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는 이달 12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KB증권 전현직 임직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KB증권이 총수익스와프(TRS) 수수료의 내부손익조정을 통해 펀드 판매수수료를 우회 수취한 점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KB증권이 라임펀드 자산에 부실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고 판매를 계속했다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KB증권 내부 조사결과 보고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리스크관리 가이드라인 변경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이 회사가 라임 펀드 부실을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증거가 곧 KB증권의 부실 또는 부실가능성을 인지한 것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라임자산운용 또는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라임펀드 부실 등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었는지가 설명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검찰 측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만일 KB증권이 보고서를 통해 펀드 손실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고 해도, 이미 펀드 제안서 등 각종 자료에 원금 보장을 약속하지 않았으므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 ‘자료 작성자’ KB증권 무죄인데...우리은행 중징계 타당성 두고 의견 분분

KB증권의 해당 재판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우리금융도 비슷한 혐의로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와 관련해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문책 경고의 중징계 조치를 의결했다. 우리은행에는 과태료 76억6000만원을 내렸다. 우리은행이 경영진 면담, 편입자산 분석 등 직접 증거를 통해 라임펀드에 대한 만기상환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를 인지했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아 고객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할 의무를 저버렸다는 게 중징계의 주요 취지다.

금융위, 금감원이 우리은행에 당시 리스크를 인지했다고 판단하기까지는 KB증권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등 자료가 증거로 활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KB증권은 라임펀드 판매사이자 TRS 제공 증권사이다. 우리은행은 라임펀드 판매 당시 KB증권으로부터 펀드에 대한 정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앞선 1심에서 재판부가 KB증권이 작성한 자료만으로 부실 또는 부실 가능성 인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해당 자료를 전달받은 우리은행이 부실 가능성을 알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맥락상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작년 11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한 위원은 "자본시장법 제49조가 부당권유에 대한 조항인데 입법취지상 부작위(마땅히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행위)를 규율하는 것에 대해 의문이 있고, 이에 대한 판례나 행정제재 선례, 학설 등이 없다"며 부당권유를 적용하는 부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라임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우리은행에 대해서 부진정 부작위 개념으로 적극적으로 해석해 제재하는 것이 행정처분의 원칙에 부합하다"며 우리은행 중징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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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 우리금융 소송시 KB증권 무죄 혐의 주요 쟁점 부상할 듯


아직 우리금융과 손 회장은 금융당국의 중징계 조치 관련 소송 여부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만일 우리금융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앞서 KB증권의 무죄 판결이 우리금융과 당국 간에 재판에도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금융 측에서는 KB증권이 작성한 보고서가 1심에서 리스크를 인지했다는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해당 자료를 전달받은 우리은행에도 부당권유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우리은행과 손 회장에 중징계를 내린 배경 중 하나로 알려진 KB증권 보고서가 지난주 1심에서 라임 사태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했다는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다"며 "우리금융에 내린 중징계의 핵심 원칙이 흔들린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국이 우리금융에 부실 가능성을 인지했다고 보는 근거가 무엇인지, 만일 부실을 인지했다면 우리은행이 고객들에게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 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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