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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금융지주사들에 주주환원 정책 확대를 촉구한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사의 사회공헌이 주주환원 정책과 성과급보다 미흡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 원장의 발언은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면서 금융사들은 당국의 눈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분위기다. 연초 상승세를 이어가던 은행주는 17일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KRX은행 지수는 735.57까지 올랐다. 지난 3일 603.16과 비교해 22% 상승했다. KRX은행 지수는 KB·신한·하나·우리·BNK·JB·DGB금융지주와 IBK기업은행, 카카오뱅크 등 9개 종목으로 이뤄져 있다.
은행주가 연초 가파르게 올랐던 이유는 대출 규제 완화와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2일 KB·신한·하나·우리·BNK·JB·DGB금융 7곳에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내용의 공개 주주서한을 보냈다. 국내 은행주는 평균 PBR 0.3배에 거래돼 해외은행 평균 PBR 1.3배에 비해 극심한 저평가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는 대출 등 자산 성장에 집중한 비효율적인 자본 배치 정책과 해외은행에 비해 현저히 낮은 주주환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규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총 주주환원율은 순이익의 50%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금융지주사들이 2월 9일까지 합리적인 내용의 자본배치 정책과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이사회 결의·공시하기를 요구했고, 해당 공시가 없으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형태로 주주환원 관련 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주주환원 기대감이 커지면서 급등하던 은행주는 공교롭게도 전날 이복현 금감원장이 "금융지주사의 사회공헌 노력이 주주환원 정책과 임직원 성과급 지급에 신경 쓰는 것에 비해 미흡하다"고 지적한 후 17일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원장은 "은행은 거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라며 "금융소비자에 대한 몫을 고민하는 방식이 시장 친화적인 방법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지금까지 은행의 사회공헌 노력을 보면 금액적 측면에서 주주환원·성과급에 대한 배려보다는 훨씬 더, 10분의 1 이하로 적은 금액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주요 금융지주 주가를 보면 KB금융은 5만9100원으로 1.5%, 신한금융 4만3300원으로 1.14%, 하나금융 5만2200원으로 0.76%, 우리금융 1만2850원으로 3.38% 각각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금융산업의 규제 리스크가 부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원장이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한 발언이라지만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언급을 이어가면서 금융권은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 원장이 금융사들의 사회적 책임에 더 힘써달라는 의미에서 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앞서 당국이 금융사들의 배당은 자율 사항이라고 언급한 내용과 배치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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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여기에 올해 경기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금융당국이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고 있어 금융당국의 대손충당금·준비금 적립 요구도 있을 수 있다. 올해 1분기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도 도입할 예정이라 금융사들이 배당금 확대에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은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이 원장은 "배당이건 자사주 매입이건 주주환원 정책의 의사결정은 결국 경영진 몫"이라면서도 "지금처럼 변동성이 크고 어려운 시기에는 금융사가 감내할 수 있는 여력 범위 내에서 배당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배당을 지속적으로 거론하고 있다는 것은 관치금융의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다"며 "은행주가 저평가에서 벗어나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와야 하는데, 국내의 규제 리스크가 부각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들어오기 쉽지 않다"고 했다.
금융지주사들은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배당성향을 3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도 당국이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만큼 은행의 공적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의 사회공헌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주주환원 정책은 확대하면서 내부적으로 금리 인하, 취약층 지원 등 어려운 시기에 금융사가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