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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현 서원대학교 겸임교수 |
스포츠는 연대와 통합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경쟁을 통해 승리와 패배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막대한 자본이 흐르는 스포츠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거대한 사업이기도 하다. 이러한 독특한 생태계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활동하는 플레이어들이 바로 스포츠사회적기업이다. 스포츠사회적기업은 스포츠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이나 장애인, 저소득층, 아동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스포츠 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을 고용하기도 한다.
1993년, 런던 그리니치 의회가 지자체 재정 예산을 삭감함에 따라 지역의 7개 레저스포츠센터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였다. 영국 최초 스포츠 분야 사회적기업 ’GLL((Greenwich Leisure Limited)‘의 탄생 배경이다. GLL은 30개 이상 지자체와 파트너십 체결을 통하여 250여 개의 공공스포츠시설과 57개 도서관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 덕분에 원감 절감과 수익을 극대화하며 흑자 경영을 하는 동시에, 저소득 지역 및 계층에 대한 스포츠 서비스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2018년 스포츠산업 사회적경제조직 육성계획이 처음으로 수립되면서 사회적 약자의 삶의 범위를 확장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꾸준히 인정받고 있다.
필자는 스포츠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국내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축구, 골프, 수영장 시설을 운영하는 S 스포츠센터는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축구 프로그램을 제공하려고 구청에 문의했으나 지원정책과 법률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스포츠 복지 제공에 어려움이 있었다. 정부가 인증하는 사회적기업이 되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하여 육성기관 문을 두드렸고 2022년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었다.
발달장애인들은 협동과 협업이 되지 않는다는 선입견을 깨고 대그룹 발달장애인 팀 스포츠를 아이템으로 창업한 팀도 있다. 창업 당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는 기염을 토했고 올해 발달장애인 핸드볼팀 창단을 준비 중이다. 여성 취약계층을 필라테스 강사로 양성하여 일자리를 제공하고, 비정규직 스포츠 강사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수강생과 강사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양극화, 비인간화, 계급화를 완화하기 위해 스포츠사회적기업은 존재한다.
필자가 주목한 점은 스포츠사회적기업 창업자들의 이력이다. 은퇴선수뿐 아니라 부상 등의 이유로 운동을 그만둔 중도 탈락 선수, 비인기 종목 출신 선수 등 전직 운동선수 출신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대한체육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운동선수의 평균 은퇴 나이는 23.6세로 일반인 평균 은퇴 나이 49.5세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은퇴선수 41.9%가 실업 상태이고 취업자 중 55.7%는 비정규직, 46.8%는 월수입이 200만 원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한체육회에서 운영하는 은퇴선수 진로지원센터를 알고 있는 은퇴선수 비율은 20.6%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은퇴선수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20~26세 연령대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13.6%만이 해당 정책을 알고 있을 뿐이다.
스포츠사회적기업은 스포츠산업 활성화에 기여하는 운동선수의 은퇴 후 진로를 제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스포츠산업은 매출액 63조9000억원으로 전년 52조9000억원 대비 20.1% 증가, 종사자 수 역시 40만 6000명으로 전년 37만 6000명 대비 7.9% 증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스포츠산업조사, 2021). 사회적기업 전체 매출액 역시 5조 9,696원으로 전년 대비 12.8% 늘어났다. 이중 문화체육관광부 사회적기업은 전체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양적으로도 꾸준히 증가하여 매년 50개~55개 스포츠사회적기업이 배출되고 있다.
스포츠를 통한 경제적, 사회적 가치 창출을 인정받아 올해 스포츠사회적기업 지원 예산이 소폭 상승되었다. 지역 주민들에게 스포츠 사회적경제조직은 스포츠 시설뿐 아니라 문화, 예술과 같은 여가활동의 지역 거점으로 기능한다. 공공체육시설 개방 모델 도입 등 스포츠 행정과 거버넌스 조직을 재정비하고 스포츠산업 융복합 일자리 창출을 모색하는 등 정책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지역 기반 경제·문화 동력으로 작동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