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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
자동차 급발진 사고에 대한 운전자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40여 년간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승소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1, 2심에서 승소하고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단 한 가지 사례가 있을 뿐이다.
지난 1980년 초부터 시작된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는 자동차 엔진에 전자제어시스템을 탑재하면서 함께 시작된 사건이다. 즉 전자제어에 의한 문제가 자동차 급발진을 유발시킨다는 뜻이고, 이는 미국에서 일부 실험을 통하여 입증되기도 했다. 전자제어시스템에서 발생하다 보니 급발진 사고 이후에도 재연이 불가능하고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나온 보고서는 브레이크 등의 동작이 정상적이고 급발진 관련 증거는 없다고 결론이 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미국은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나면 생산업체가 자사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밝혀야 하는 특성으로 최종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도 합의를 종용하는 사례가 많고 소비자가 보상을 받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운전자가 원인을 밝혀야 하는 구조로 사실상 규명이 불가능해 결국 소비자가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기 십상이다.
연간 발생하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 신고건수는 약 100건 내외이지만 실제로는 20배 정도로 추정된다. 이중 약 80%는 운전자 실수로 보여지며, 나머지 400∼500건 정도가 실제 급발진 사고로 판단되고 있다. 자동차 사고라는 것이 워낙 급박한 상황에서 발생하다보니 당황한 운전자가 그냥 ‘급발진’이라고 언급하는 사례도 많을 것이다.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중 전체의 약 95%는 가솔린엔진과 자동변속기 조합에서 발생하고 나머지 약 5%는 전자제어 디젤엔진과 자동변속기 조합이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다.
얼마전에도 강릉에서 자동차 급발진이 발생하여 운전자의 손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였다. 급발진 의심 사고는 이번 사고처럼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 엔진에서 요란한 굉음과 함께 불완전 연소로 시꺼먼 배출가스가 배출되며, 브레이크는 딱딱하게 굳어서 전혀 말을 듣지 않고, 자동차가 급가속되는 특성을 나타낸다. 이번 사고도 이러한 여러 요건을 동시에 지니고 있고 운전자의 안타까운 음성도 녹음되어 있어서 더욱 급발진을 의심하게 한다.
최근 보급이 급신장되고 있는 전기차에서도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전기차는 전기전자장치가 더욱 많은 차량인 만큼 전자파 장애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당연히 차량 운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구조적으로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의 급발진 의심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급발진 의심 사고가 나면 운전자는 불리한 처지에 몰리기 십상이다. 국내의 경우 전체의 약 80% 차량에 영상 블랙박스가 탑재되어 간접적인 증거가 되고 있지만 결국 운전자가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느냐, 아니면 가속페달을 밟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된다. 자동차사고기록장치(EDR)도 중요하게 살펴보고 있지만 증거의 객관성과 신뢰성 등이 떨어져서 일각에서는 자동차 제작사에 면죄부만 제공하고 있는 결과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급발진 사고에서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구조를 바꾸려면 재판과정이 달라져야 한다, 미국과 같은 재판 과정을 완벽하게 따르지는 않더라도 원인에 대한 입증을 일부라도 제작사가 입증하는 혼용된 방법이 도입된다면 균형 잡힌 재판이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최근 이러한 기조가 일부 나타나는 듯 해서 반갑다.
둘째는 자동차 블랙박스를 비행기의 블랙박스 성능에 맞먹게 개발, 탑재하는 방법이다. 필자가 맡고 있는 자동차 급발진연구회에서 제작한 경험을 보면 약 4~5만원이면 담배갑보다 작게 제작할 수 있어 기존 EDR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어렵지 않게 도출할 수 있다.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적으로도 가장 앞서 있는 영상 블랙박스를 개선하여 운전자의 발까지 찍을 수 있는 블랙박스를 추가하는 방법이다. 최근 기존 블랙박스에 발의 영상을 포함하는 모델과 기존 블랙박스에 추가로 장착하는 저가형 ’페달 블랙박스‘가 출시되어 시장의 관심이 크다.
균형 잡힌 재판과정과 함께 사고를 명확하게 규명할 증거확보에 도움을 줄 첨단장치 보급으로 자동차 급발진에 대한 운전자의 두려움이 덜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