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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시작하는데···산업계 곳곳서 노사갈등 ‘전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11 15:38

현대차 계열사 ‘격려금’ 두고 잡음···한국지엠 노사 신경전



통상임금 판결 ‘뇌관’ 우려···화물연대 사태 후폭풍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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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노동자를 불법 파견 받은 혐의로 기소된 카허 카젬 전 한국지엠 사장이 9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날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정부가 ‘노동개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산업계 곳곳에서는 새해 벽두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 ‘격려금’ 명목의 성과급 지급을 두고 잡음이 새나오는가 하면 노사·노노 갈등 조짐이 보이는 곳도 상당수다. 법원의 통상임금 판결, 화물연대 파업 사태 등의 후폭풍 역시 걱정되는 상황이라 정부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산업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일부 계열사 직원들은 최근 사측에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현대제철에서 일어났던 ‘격려금 소동’과 같은 맥락이다. 작년 3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성과에 따라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방침을 정하자 현대제철 노조는 사장실 등을 점거하며 시위에 나섰다. 노사는 임단협 협상에서도 난항을 겪었고, 사측은 결국 노조 측 요구를 들어줬다.

한국지엠에서는 회사와 비정규직 노조의 갈등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9일 인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허 카젬 전 사장에 관한 재판부의 집행유예 판단은 면죄부를 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불법 파견 혐의로 기소된 카젬 전 사장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비정규직 노조가 반발한 것이다. 한국지엠은 일반 노조와도 전기차 신차 도입, 임금 인상 등 문제로 수년째 대립하고 있다.

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이 노조에 유리하게 나오고 있다는 점도 산업계 입장에서 변수다. 그동안 이를 두고 논란이 없었던 기업에서도 관련 소송이 줄을 이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호타이어는 작년 말 2000억원대 통상임금 파기환송심에서 패소했다. 2심에서 승소했던 현대중공업은 대법원이 노동자 승소 취지로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내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우리 경제를 뒤흔들었던 화물연대 파업의 불씨도 아직 남아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기아, 현대삼호중공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의 노사도 현재 크고 작은 갈등을 겪고 있다. 자동차·조선 업계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꽤 큰 파열음이 날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가 ‘노란봉투법’ 등 입법을 추진한 여파로 산업계 측도 불만이 쌓인 상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회원사 12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노사관계 전망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 10곳 중 9곳은 노동조합법 개정안 통과가 노사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업계에서는 개별 기업 노사가 대립국면을 이어갈 경우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 추진이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는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기 힘들다는 논리다.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3대 개혁을 미룰 수 없다. 가장 먼저 노동 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며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꾸면서 노사 및 노노 관계의 공정성을 확립하고 근로 현장의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개혁은 개별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얽혀있어 쉬운 과제가 아니다. 특히 정치적인 입김까지 더해져 합의점을 찾는 게 더욱 어렵다"며 "한국의 노동 구조가 워낙 후진적이라 개혁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나라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무조건 규제완화와 유연성만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다소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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