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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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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진정한 경제강국 이루려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11 10:00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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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


졸업을 앞둔 젊은이라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 부모님의 잔소리에서 해방되는 것이 새해 소망 중 하나일 것이다. 개인의 생각과 여건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좋은 직장이라면 정부 또는 공공기관의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공무원은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일자리이기 때문에 고시라는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어 공무원의 수가 너무 늘지 않도록 조절한다. 따라서 공무원과 같은 공공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민간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하는 구직자 대다수는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하는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좋은 근로조건이 가장 큰 이유일 것 같다. 요즘 MZ세대 입장에서 좋은 근로조건이라면 급여는 높으면서 워라벨이 가능한 것일텐데, 이러한 근로조건에 가장 근접한 것이 바로 대기업 일자리일 것이다.

대기업 입사도 공무원이 되는 것만큼 어렵지만 경영자가 경영을 잘하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면 대기업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론적으로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하나 정도만 더 있다면 10만개가 넘는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만 현재는 대기업 수가 주요국가에 비해 많지 않아 대기업 일자리 총량도 적다는 것이 문제이다.

미국 포천지는 소위 세계에서 잘나가는 기업을 선정해 매년 ‘포천 글로벌(fortune global) 500기업‘을 발표한다. 각 국가를 대표하는 대기업을 집대성했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2022년 포천 글로벌(fortune global) 500기업을 국적별로 분석해 보면 중국 기업이 136개(27.2%)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미국 기업 124개(24.8%)이었다. 세계적인 기업의 절반 이상이 미국과 중국에 몰려있다.

이외에 일본 기업 47개(9.4%), 독일 기업 28개(5.6%), 프랑스 기업은 25개(5.0%), 영국 기업은 18개(3.6%) 순이었다. 한국 기업은 16개(3.2%)로 주요국 대비 대기업 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수가 적은 것뿐만 아니라 규모면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2021년 기준 미국 기업의 1사당 매출액은 약 905억 달러로 가장 크고, 중국 기업은 약 810억 달러로 그 다음이었다. 이외에도 독일 기업 749억 달러, 영국 기업 703억 달러, 프랑스 기업 653억 달러 순이었고 우리나라는 624억 달러로 주요국 대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한민국에도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있음에도 전반적으로 기업 규모가 작은 것은 국내에서는 대기업이지만 글로벌 무대에서는 중소기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선전자의 매출액은 2443억 달러, 글로벌 경쟁사인 애플의 매출액 3658억달러로 삼성전자보다 약 1.5배 크다. 자동차 분야는 그 격차가 더 큰데 독일 폭스바겐사의 매출은 2958억 달러로 현대차 매출액 1028억 달러의 약 2.9배에 달한다.

국가별로 경제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단순비교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진정한 경제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주요 국가 수준의 대기업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새로운 대기업이 더 많아지고, 기존 대기업은 더 커져야 대한민국이 진정한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올해 대한민국의 경제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로 인한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 살림살이는 팍팍해지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나마 경기침체에도 우리 경제를 버티고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대기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위기상황에서도 미래를 위해 해고를 자제하면서, 위기 이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기도 했다. 대기업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은 국가경제와 민생안정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대기업을 더 크지 못하게 하거나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 각종 규제를 철폐해 우리나라가 진정한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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