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여헌우

yes@ekn.kr

여헌우기자 기사모음




재계, 검은 토끼해 '히든카드'로 수출 실적 ‘깡충’ 총력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02 14:39

반도체·자동차·조선·방산·배터리 등

尹 "수출 전략 직접 챙길 것"



지난해 무역적자 ‘역대 최대’

"中 의존도 낮추는 등 노력 필요"

2023010301000100600003971

▲자료사진. 현대차 울산공장 친환경차 생산라인.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재계 주요 기업들이 새해 수출 실적 개선을 위한 ‘총력전’을 펼친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견된 상황에서 활로를 찾을 곳은 수출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역시 적극적인 진흥 정책을 구사하겠다고 밝히며 기업들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인위적인 감산 없이 ‘반도체 혹한기’를 견뎌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메모리를 중심으로 시장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보이지만 물량을 줄이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작년 수출액은 160조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전체 수출액(약 900조원)의 20%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히든카드’는 파운드리다. 특히 최근 들어 수율이 크게 올라가고 있어 글로벌 고객사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3나노 공정 사업 역시 올해는 일정 수준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SK그룹은 체질 개선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조절하고 수익성 증가를 위한 구조조정을 병행한다는 구상이다. 최태원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바이오 분야 역시 수출 전선에서 제 역할을 해줄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차그룹은 고급차와 친환경차를 배에 많이 실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미국을 중심으로 호평을 받고 있어 중국, 유럽 등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 아이오닉 5 같은 전기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다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숙제도 풀어야 한다.

LG그룹은 가전이라는 주력 사업과 전장, 배터리, 바이오 등 신성장 사업 수출의 조화를 추구한다. 가전 분야에서는 수요 감소를 피하기 힘들지만 미래 성장 동력 분야에서 이를 상쇄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선, 방산, 건설, 원전 같은 분야에서도 올해 수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다. 조선·원전 업계는 업황이 ‘슈퍼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작년부터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는 방산 업체들 역시 수출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건설 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대규모 이벤트에 따른 수혜를 예상하고 있다.

재계가 새해 ‘수출 총력전’을 벌이는 것은 우리나라 무역적자가 지난해 역대 최악 수준으로 곤두박질쳤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년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는 472억달러(약 60조원)으로 집계됐다. 수출 역시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웠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과 환율 급등 같은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교역을 통해 먹고 사는’ 우리 기업들은 올해 수출량을 더욱 늘려 이 같은 상황을 반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정부 역시 힘을 보탤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신년사를 통해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에 놓고 수출 전략을 직접 챙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인프라 건설, 원전, 방산 분야를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육성할 것"이라며 "정부기술(IT), 바이오 산업뿐 아니라 방산과 원자력, 탄소 중립과 엔터테인먼트까지 ’스타트업 코리아‘의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계의 이 같은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규제를 더욱 철폐하고 기업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인세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 낮추고 국내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 의견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무역 의존도는 70% 수준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며 "최대 교역국인 중국 비중이 30%가 넘는데,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새로운 시장을 키워가는 다변화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기업은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시장 등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며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제도 개선에 착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정책적 부분을 빼고 본다면 개별 기업들은 제품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비용을 줄이고 구조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며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게 올해 (수출 확대를 위한)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ye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