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한성 마이데이터코리아 이사 |
지난해 세모(歲暮)를 앞두고 외신 기사 하나가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페이스북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 스캔들과 관련된 법적 조치를 해결하기 위해 7억 25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동의했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스캔들이란 현재는 사라진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정치 컨설팅 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영국 유럽연합 국민투표의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하여 유권자의 프로파일링과 타겟팅을 목적으로 페이스북 계정에 있는 수백만 명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지난 2018년에 밝혀진 사건이다.
이 사건에 필자가 주목한 이유는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해킹함으로써 발생한 개인정보의 유출과는 별개로 플랫폼 기업에서 횡행하였던 개인정보의 침해, 즉 플랫폼 이용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일에 선을 그음으로써 이후 마이데이터(MyData) 개념이 성숙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규제 필요성을 대중적으로 알려주었던 전환적 역사성을 갖기 때문이다.
사실 개인정보는 이미 2009년에 인터넷의 새로운 오일이자 디지털 세계의 새로운 통화로 불리울 만큼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업, 정부기관을 중심으로 개인정보가 적극적으로 수집, 저장, 이용되었고, 개인은 플랫폼 사용자로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정보를 무료로 기꺼이 제공하고 있었다.
또한 2015년부터 시작된 일련의 국제회의와 행사를 통하여 개인데이터를 시민들이 통제해야 한다는 비영리 조합인 ‘MIDATA’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한 포괄적인 법률인 유럽연합의 일반데이터보호규정(GDPR)이 제정되고, 인간 중심 패러다임을 지지하는 비영리 단체인 ‘MyData Global’이 조직화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마이데이터 관련 입법 및 커뮤니티 활동이 꾸준히 이어졌다.
그 결과로, 마이데이터는 단순히 ‘나의 개인데이터(personal data)’라는 의미에 머물지 않고, 데이터의 주권(self-sovereign)을 가진 주체로서의 개인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아가 개인정보가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사회경제적 가치에 기여하는 실천적 운동(movement)을 요구하는 개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20년 이른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을 개정됐으며 개인정보통합 감독기구인 개인정보위원회가 출범하였다. 지난해말 현재 국내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성과를 보면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자 및 전송한 데이터 건수, 또한 서비스 이용자가 연결한 금융기관 수, 고객의 금융자산 조회속도 등을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마이데이터가 만들어져 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마이데이터 가치의 핵심은 데이터 결합이다. 이런 점에서 마이데이터 모습은 창백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법이 데이터 일반법(general data law)으로서 역할이 미약한 가운데 신용정보법, 전자정부법, 의료법이 분산과 중복으로 규제하면서 마이데이터 비즈니스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규제기관에서 마이데이터 생태계 육성 및 지원에 나서기 보다는 지나치게 미시적으로 비즈니스 사업자 허가 및 운영 기술에 대한 기준 및 표준을 일방적으로 정하여 따르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는 마이데이타 생태계를 구성하면서 제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개인(individual), 개인데이터 보유자(data source), 마이데이터 서비스 사업자(data-using service) 그리고 개인을 생태계의 다른 모든 역할 담당자에 연결되도록 하는 오퍼레이터(operator)가 자생적으로 분화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역할을 잃게 하는 것이다.
마이데이터 생태계는 법의 울타리를 치고 경작할 도구를 정하고 일할 자를 고르면, 때가 되어 작물이 수확하듯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삶 속에서 전방위적으로 축적한 데이터(data)이고, 특히 데이터 주체인 개인이 자신에 대한 데이터에서 가치를 얻고 이를 사용한 아젠다를 설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만이 데이터 결합을 통한 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