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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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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中企 인적역량 강화 집중 지원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2.28 10:04

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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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장


네덜란드의 저명한 경영전문가 아리 드 호이스는 자신의 저서 ‘살아 있는 기업, 100년의 기업 ’에서 "기업의 성공과 장수는 근본적으로 맞물려 있으며, 다른 모든 목표들을 희생시키면서 이윤을 위해 경영하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정책은 경영의 구습이 되었다"고 설파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인 요즘 그의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기업의 경영자들은 감원 후에 남은 인력들의 업무과중에 따른 비용, 그리고 경기가 호전될 경우 헌신성이나 역량이 부족한 직원을 고용해야 하는 비용에 대해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수익율이 개선되어야 할 때마다 인건비를 감축하려 든다.

필자는 수년 전 반도체장비를 제조하는 중소기업에 부임한 대기업 임원출신 사장 A씨와 대화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반도체 특수장비를 생산해 대기업 납품해오던 그 기업은 당시 수년째 매출이 정체되었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스카웃 해온 것이었다.

신임사장이 부임해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잦은 이직율이었다. 반도체 산업은 불황과 호황의 전환이 급격해서 불황일 때는 매출이 바닥을 쳤다가 호황일 때는 사람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반도체 산업에 속해 있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그렇듯이 이 회사도 불황일 때 해고하고 호황일 때 채용하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직원들의 충성심은 극히 낮았고, 일과 후에는 당구나 술로 시간을 소일하고 있었다.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목격한 것은 경쟁사에서 연봉을 몇 백만원만 올려 준다고 하면 바로 회사를 옮기는 현실이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를 고민하던 그는 직원식당에 눈이 갔다. 대기업 카페테리아 못지 않게 식단과 인테리어를 개선하고, 실내 운동시설을 갖추는 등 근무환경부터 개선함으로써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주었다. 다음으로 직원들의 자기개발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독서발표회를 열었다. 처음에는 매달 1권씩 선정하다가 매주 1권씩으로 독서량을 점차 늘려나갔다.

어느 정도 직원들이 새로운 변화에 익숙해져 갈 무렵 업무관련 고강도 교육을 도입했다. A 사장은 자신이 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교육 및 훈련에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대기업에 있을 때는 중소기업의 교육·훈련시간이 대기업의 70% 수준은 될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현실은 20% 이하여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교육은 투입비용에 비해 성과가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자원이 빈약한 중소기업이 대기업만큼 교육에 투자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주를 설득하여 대기업의 60% 수준으로 꾸준히 교육시간을 늘렸다. 그 결과 일과 후에도 공부를 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으나, 이 방침을 강력히 밀고 나가자 사내문화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일과 후에 술 마시고 동료들과 툭하면 시비를 벌이던 직원들이 각자 과제를 처리 하느라 바쁘게 시간을 보내게 됐다.

처음에는 학습과제가 과도하다며 불만이 많던 직원들이 실력이 올라가고 자신감이 붙자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 신제품 개발주기는 이전보다 대폭 단축돼 제품라인이 크게 늘어났으며 매출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직원들에게 교육훈련을 잘 시키는 것으로 소문이 나자 외부 스카웃이 이어져 인재가 다수 빠져 나가는 부작용도 있었다. 하지만 전문인력을 단기간내 육성하는 학습조직이 자리잡음에 따라 회사운영에는 전혀 지장이 생기지 않고 매출도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직원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몸값이 올라간다는 것을 깨닫고 학습과 업무에 몰입함으로써 회사의 경영성과는 지속적으로 개선되었다.

정부는 중소기업 경영에 도움을 주기 위한 다양한 지원지원을 펴고 있다. 위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교육·훈련시간의 차이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격차를 키우는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 중소기업들은 금융과 기술, 인력 등을 당장 필요한 지원이라고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키지 못한다. 소모적인 지원은 소모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스스로 지속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훈련이 가장 기본이 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중소기업의 노동역량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지원사업이 재편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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