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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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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새해엔 국민에게 희망 주는 정치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2.29 10:08

송문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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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정치평론가


올 한해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코로나와 경제위기로 힘든 가운데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비판 속에서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보수와 진보 지지층이 초결집한 혈투의 결과 0.73%p 차이라는 초박빙으로 승부가 갈렸다. 20년 장기집권을 떠벌이던 더불어민주당은 5년 만에 국민의힘에 정권을 내주었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이념·세대·지역·젠더 등 사회갈등의 골을 메워야 하는 버거운 부담을 안고 출발했다. 여소야대라는 의회 지형 속에서 ‘협치와 통합’이라는 화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그러나 취임 초부터 청와대 이전, 인사난맥, ‘윤핵관’과 이준석 전 대표를 둘러싼 여당 내 권력다툼과 여야 강경 대치 등으로 새 정부에 대한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기존 정치인들과는 완전히 다른 문법을 구사하는 윤대통령 스타일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용산시대를 열고 ‘출근길 문답(도어 스테핑)’도 시작했지만 여러 논란 끝에 결국 중단되고 말았다.

취임 초기 20%대라는 낮은 지지율을 거쳐 30%대 초반 박스권에 갇혀 있던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연말을 앞두고 완만한 상승세를 타며 40%를 넘어섰다. 민주노총 화물연대파업에 대한 원칙 있는 대응과 노동개혁의 의지가 좋은 평가를 받은 덕분이다.

윤 대통령은 ‘원칙’과 ‘공정’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다. 사회 정의는 공평(equality)과 공정(equity)이라는 두 가지 큰 원리에 의해 지지되고 실현된다. ‘통합’과 무조건적인 ‘봉합’은 구분해야 한다.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 ‘불의’와의 싸움에선 무소의 뿔처럼 흔들림 없이 전진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대통령 임기 2년 차로 접어드는 내년부터는 제대로 된 골을 넣어 국정운영 점수를 높여야 한다.

새해에는 경제 성장 둔화와 고물가가 맞물리는 ‘슬로우플레이션(Slowflation)’이 예상된다. 전기·도시가스 요금도 올해보다 약 2배 이상 인상될 것이다. 지난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정책으로 치솟는 집값에 놀라 영끌로 부동산을 산 사람들은 높은 대출금리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출금리가 1%만 상승해도 자영업자 1인당 이자 부담이 연 240만 원 가까이 늘어나고 이는 자영업자의 부실위험률을 높인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기조하에서 부동산·기업 규제 완화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 충격의 직격탄을 맞는 취약계층과 자영업자·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적극적 지원도 필요하다.

취업준비생 100만 명 시대에 급속한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줄이려는 분위기라 내년에는 청년들이 최악의 취업난으로 내몰릴 것이다. 한국은행은 내년 월평균 취업자 수 증가가 올해 82만 명의 9분의 1인 9만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단기 아르바이트나 빚으로 생활하는 청년들이 느끼는 ‘체감경제고통지수’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심각하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분석 결과까지 나왔다.

고금리의 영향과 벤처투자 위축으로 30세 미만 청년이 세운 스타트업의 숫자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정부는 청년을 뽑는 기업에 대한 지원이나 세제혜택 등의 인센티브 정책과 함께 위축된 청년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탄소중립이 글로벌 아젠다로 자리매김했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2023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실시한다. 한국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이를 위해선 비싼 비용이 들어가고 국민적 공감대도 필요하다. 에너지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을 보며 우리도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에너지안보는 곧 국가안보로 연결된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에너지정책을 수립·추진해야 한다.

미·중 패권경쟁하에서 한국은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균형자 외교나 줄다리기 외교는 더 이상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한국정부는 미국이 내미는 손을 잡고 한미동맹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 경우 중국의 반발과 보복 우려가 상수로 존재한다. 윤 정부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에 참여하면서도 ‘반중연대’ 참여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한 양면전략을 섬세하게 구사해야 한다.

계속되는 미사일도발에 이어 서울 하늘에 무인기까지 날려보내고 있는 북한이 내년에는 7차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위기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살림살이가 팍팍한 사람들에겐 더욱 혹독한 겨울이 될 것이다.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이고,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 법이다. 떳떳한 살림이 없으면 마음도 떳떳하기 어렵다.  먹고 사는 기본적인 걱정을 해결하고 국민의 삶이 편안해질 수 있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사회적 약자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일, 이 또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교육·연금·노동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전진하길 기대한다. 개혁을 추진하는 일은 이해관계자집단과 기득권의 저항이 강하고 당장은 박수받기 어렵다. 그러나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민생은 뒷전이고 당리당략의 정쟁으로 얼룩졌던 여야 두 당의 정치성적표에는 좋은 점수를 매길 수 없다. 양 당이 힘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큰 정치를 했는가, 자기 편만 바라보는 편협한 정치를 했는가 국민은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다. 국민의 마음을 갈라치기하고 포퓰리즘으로 인기영합하는 정치는 냉소와 정치불신으로 이어지고 민주주의의 질을 하락시킨다. 사표를 양산하고 대표성이 부족한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제도를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그러나 여소야대의 불리한 지형임을 감안하더라도 국정운영의 무한책임은 결국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몫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야당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고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하고 협력해야 한다. 야당인 민주당 역시 당대표 리스크에 매몰되지 않고 민주정당·민생정당으로서의 본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 계묘년 새해엔 건강한 ‘진보’와 건강한 ‘보수’의 두 날개를 활짝 펼치며 비상하는 한국민주주의의 모습을 기대한다.

대한민국이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 국민 모두가 미래에 대해 더 큰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침묵하는 다수가 진정으로 박수치는 대통령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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