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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겸 상원의장(왼쪽)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21일(현지시간) 의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상·하원을 대상으로 연설한 뒤 전달한 우크라이나 국기를 펴들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의회의 변화와 상관없이 미국이 우리의 가치와 독립을 지킬 수 있게 도와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사진=UPI/연합뉴스). |
이번 방문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지난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비롯해 18억5000만달러(약 2조3800억원)의 대(對)우크라이나 무기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필요한 한 계속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내 여론을 보면 전쟁이 길어지면서 무조건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지지세가 약화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에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7%는 우크라이나에 종전협상을 촉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7월(38%)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미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감수하고라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답변 역시 7월 58%에서 지난달 48%로 낮아졌다.
대규모 지원을 이끄는 미 의회의 권력구조가 바뀌는 것도 문제다. 내년 1월 출범하는 차기 미 의회에서 하원 다수당이 되는 공화당은 ‘백지수표식 지원’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2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지원이 초당적이었다는 점에 대해 강조한 뒤 449억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포함된 2023 회계연도 예산 처리를 촉구하면서 "의회의 변화와 상관없이 미국이 우리의 가치와 독립을 지킬 수 있게 도와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향후 전쟁에 대해 온도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몰아내는 데 필요한 모든 지원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답은 예스"라면서 첨단 무기에 대한 모든 지원이 어려운 미국의 입장도 설명했다.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내준다는 생각이야말로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 세계를 분열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가 주권과 영토에 대한 타협은 아니다"라며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영토를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평화협상에 나설 의사가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미국·우크라이나가 대(對)러시아 단일대오 대응을 재확인하면서도 전쟁 종료 방식과 관련해서는 온도차를 보이면서 향후 전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미국이 당장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거나 종전협상을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지루한 소모전 양상으로 흐를 경우 지원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럴 경우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영토의 완전 수복을 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