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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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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ESG 경영, 기업과 소비자의 동상이몽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2.21 10:26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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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는 세계 경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의 내년 전망을 점점 더 어둡게 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sian Development Bank, ADB)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9월의 내년 2.3% 전망에서 0.8% 포인트 하향한 것이며, 올해 전망치 2.6%에서도 하향한 것이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 역시 어두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적 영향과 미국, 중국, 유럽의 동반 경기둔화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까지 유행이었던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열풍이 식어가는 조짐이다. 즉, 고금리와 고물가 등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지자 전세계적으로 ESG 투자열기가 꺾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글로벌 증시 약세장 속에서 특히 ESG 투자 수익률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표적 글로벌 ESG 지수인 모건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날(MSCI)의 ESG 수익률은 15.4%로 MSCI 전세계 지수의 수익률 14.4%보다 낮게 나타났다.

사실 생존을 위협받는 한계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적 관점이 아닌 환경(E), 사회적 관점(S), 거버너스 관점(G) 같은 비재무적 가치에 대해 기업이나 투자자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소비자들은 ESG 관점을 점점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ESG 경영에 대해 기업과 소비자는 동상이몽이다.

먼저 E(환경)에 있어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작년 초 전남 영광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빨대를 줄여달라는 편지와 함께 쓰지 않고 모은 빨대를 업체로 보냈으며, 빨대 반대운동 참가자들은 다른 기업에도 빨대를 모아 발송하였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환경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고,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제품에 적극 반영하여 제품 포장에서 빨대를 제거하였다.

또한 2019년 말 화장품 용기 겉면에 재활용 등급 표기를 해야 하는 것을 수출 대기업에 한해 예외로 인정했는데, 이에 대한 항의가 거세게 일어났다. 즉, 소비자들은 화장품 공병을 수거해서 화장품 회사에 보내는 캠페인(#화장품어택)에 적극 동참하여 2주 만에 8000여개를 보냈고 그 결과 예외 인정이 철회되었다. 이렇듯 기업들이 경기침체를 이유로 ESG 경영에 관심을 덜 두고 싶어 해도 소비자들은 환경친화적 경영을 요구하는 행동을 기업에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ESG 경영의 S(사회적 관점)는 결식 아동 돕기, 빈곤층을 위한 연탄 나르기, 장애인 대상 봉사활동, 기부 활동 등의 사회공헌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인권, 상생 등의 가치까지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즉, 기업 구성원과 공급망 관계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상생하는 방안을 적극 펼치는 것으로 인권에 있어서는 근로환경, 근로조건, 안전보건, 사업영향 등 항목에 대한 인권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공급망 관계자 예를 들면 협력사에 대해서는 협력사 자가진단, 서면현장 평가, 개선사항 관리 등의 과정을 통해 ESG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해야 한다.

따라서 지난 10월 경기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일어난 근로자 사망사고는 기업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고 상생하는 S(사회적 관점)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기업 구성원의 근로환경, 근로조건, 안전보건 등의 인권이 보호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사건이 일어난 다음 날 해당 층의 다른 기계를 작동시켜 생산 활동을 하고, 사망노동자 빈소에 자사 빵을 보내는 등 사건 초기의 대처는 구성원의 인권에 대한 기업의 인식과 행동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는 급기야 소비자들의 분노를 유발시켜 불매운동이 거세게 촉발되었다.

불매운동은 지난 달 카타르 월드컵으로 다소 잠잠했는데 크리스마스 케익 판매 시즌이 다가오면서 최근 다시 불붙는 조짐이다. 이는 사건 후 SPC가 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고용노동부가 인증하는 4개 외부전문기관의 안전진단을 받고 개선조치를 시행하였으며, 안전경영위원회와 근로환경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는 등 기업의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사회적 관점(S)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ESG 경영은 비재무적 지표이기는 하나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매우 중요하다. 경기침체의 시기에 ESG 경영에 대한 기업의 입장과 소비자의 생각이 동상이몽이더라도 기업은 소비자의 생각을 토대로 해야 한다. 기업이 E(환경적 관점)이나 S(사회적 관점), G(지배구조 관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겨질 때,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불매운동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위협이 될 수도 있음을 실례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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