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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원 노무법인 신승 파트너/ 공인노무사 |
주 52시간 근무제가 처음 시행되면서 2018년 영세 사업자들의 피해를 점진적으로 줄이기 위해서 한시적으로 도입된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올해를 끝으로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당장 이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영세업체들은 추가 인건비와 심각한 인력난을 우려하고 있다. 인력부족으로 생산량을 줄이거나 불법적으로 연장근무를 해야 하는데 어느 쪽을 선택하던 영세업체가 고스란히 피해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중앙회 등 여러 중소기업 단체가 추가연장근로제도의 일몰 연장을 강력히 요청하고, 국회 앞에서 일몰폐지 촉구대회까지 열었으나 정치권의 반대로 기한 연장 여부는 미지수이다.
근무시간이 길면 피로가 누적되고 신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자명하다. 관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 69시간 이상 근로자는 주 40시간 근로자 대비 우울증상 위험이 2.05배, 자살충동 위험이 1.93배 높은 반면 주 35시간 근로자는 자살충동 위험이 0.55배 감소한다고 한다. 또한 주 41~48시간 근무하는 사람은 주 35~40시간 근무자보다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10% 높고 주 55시간 이상 근무자는 뇌졸중 위험이 33%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용혜인 의원은 2017~2021년 사이에 한국에서 과로사한 근로자는 모두 2503명으로 매년 500명이 넘는 노동자가 과로로 목숨을 잃는다고 주장을 하였다. 굳이 이러한 연구와 주장을 제시하지 않아도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해서 근로시간을 줄이고 적절한 휴식을 부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임은 누구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
하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작업량 예측의 어려움, 갑작스러운 업무량 증가, 거래처 요청, 업무의 특수성 등으로 인해 주 52시간을 넘어서는 연장근로가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론적으로는 사전에 계획을 세워서 작업량을 조절하고 미리 예비 근로자를 확보하여 안정적으로 사업장을 운영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인력 충원에 필요한 인건비의 확보가 쉽지 않고 그마저도 인력난이 심각하여 근로자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더구나 추후에 업무량이 감소하여도 쉽게 고용관계를 해지 할 수조차 없다.
무노동 무임금의 대전제 아래에서는 근로시간의 감소가 무조건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도 아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획일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주 52시간을 강요하는 것은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고통을 준다.
워라밸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인간다운 행복한 삶의 추구이며 그 행복의 기준은 개인에 따라서는 휴식이 아니라 원하는 만큼 일하는 것일 수도 있다. 즉 ‘일과 휴식’ 간의 균형은 국가가 지시하거나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스스로 판단하여 선택하게 하여야 한다. 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업무를 반복하는 과거 전통적인 공장형 근무체제를 바탕으로 하는 주 52시간제는 사실상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더구나 MZ세대가 주축인 현재 대한민국의 노동시장은 근무시간을 회사와 개인의 자율에 맡긴다고 하여도 과거처럼 사용자가 강제적으로 장시간 연장근로를 강요하기는 어렵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안을 논의해온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현행 1주일에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 연장근로를 한 달에 52시간으로 유연화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최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이론상 1주일 최대 69시간의 연장근로가 가능하므로 과로를 우려하는 비판적인 주장도 있으나, 총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는 기존 1주 12시간의 경우와 동일하므로 사실상 큰 변화가 없다.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를 정하고 이를 유연하게 나누어 사용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연장근로시간의 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정의 이익을 대변하는 소수 집단의 의견이 아닌 사회 전반적인 논의를 통해서 적정한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당장은 어려움에 처한 영세기업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우려서 추가연장근로제도의 일몰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