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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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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연대파업 합법화 길 터줄 ‘노란봉투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2.15 10:03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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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정의당은 노란봉투법을 ‘홍길동법’이라면서 올겨울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노동자들을 옥죌 목적으로 악용되는 반헌법적인 손해배상 소송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구시대적인 노조법 2·3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법파업보장법이나 다름없는 이 법안을 두고 ‘홍길동법’이라고 하는 것도 어이없지만, ‘반헌법적인’ 손해배상 소송을 막기 위한 법안이라니 헌법이란 아무 데나 갖다 붙이면 통하는 법률인가 싶다. 헌법학자 차진아 교수는 ‘노조법 개정안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보고서’에서 "(이 법안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위헌 소지가 큰 법안"이라고 분석했다.

노란봉투법으로 분류할 수 있는 법안으로 현재까지 10건이 발의됐다. 이들 법안의 내용은 대체로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금지, 불법 파업시 형사책임 면책, 노동쟁의의 개념 확대 및 사용자 개념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금지’는 폭력적 파괴행위를 제외한 불법파업 등 집단행동에 대한 개인적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고, 그 신원보증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도 금지한다는 것이다. 일부 법안은 폭력적 파괴행위로 인한 경우에도 노동조합에 의해 계획된 경우에는 노동조합 간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한다. 동시에 불법파업 등 집단행동의 책임 주체인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상한을 설정하고, 손해배상경감청구권, 직접 발생한 손해배상청구 범위를 한정하는 등의 내용도 들어 있다.

둘째, ‘불법 파업시 형사책임 면책’을 보면,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동반되지 않은 쟁위행위에 대한 이 법 이외의 형사책임, 말하자면 형법상 업무방해죄 등을 면책한다는 내용이다.

셋째, 가장 심각한 것인데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내용은 ‘노동쟁의의 개념 확대 및 사용자 개념 확대’다. 먼저 현행법상 ‘노동쟁의행위’란,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에서는 정리해고 등 근로조건의 결정이 아닌,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상태’도 노동쟁위로 본다는 것, 또는 ‘경제적ㆍ사회적 지위의 향상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상태’도 노동쟁의로 본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법안은 ‘소극적인 노무제공 거부 방식의 파업도 정당한 쟁의행위로 본다’고 되어 있다.

현행법은 소극적인 노무제공 거부 방식의 파업이라 하더라도 정치파업이라든가 동정파업처럼 쟁의행위의 목적이 정당하지 않을 경우, 정당하지 않은 쟁의행위로 평가되고 그에 대한 책임 추궁이 가능하나, 개정법안에 따르면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 향상을 목표로 하는 정치파업ㆍ동정파업도 정당한 파업으로 간주되므로 전국 노동자 연대파업 같은 것도 용인될 것으로 해석된다.

사용자 개념 확대란, 원청 등을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의 상대방으로 할 수 있도록 사용자 개념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한국은 원청 대기업 하나에 수많은 하청기업들이 협업하여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 그런데 법안은 하청기업 직원들이 아무런 근로계약을 맺은 바 없는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수십, 수백 개에 이르는 하청기업체의 수천, 수만명의 근로자들까지 모두 책임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일부 법안은 사용자 개념에 실질적·구체적 지배력 내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질적·구체적 지배력 내지 영향력’이 존재하는가에 관한 수많은 분쟁이 발생하여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란봉투법은 단순히 불법파업 등 집단행동에 대한 개인적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단순한 법률이 아니다. 전국 규모의 연대노동투쟁을 합법화하고, 직접 고용관계가 없는 대기업을 상대로 무제한의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하여 세상을 무법천지로 만드는 두려운 법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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