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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후장대, 넷제로에 도전] 철강사 '탄소와의 전쟁'… 수소환원제철에서 해답 찾는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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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렉스(HyRex) 수소환원제철을 재현한 모형. 사진=포스코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철강사들이 탄소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국가온실가스 종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철강 산업의 탄소배출량은 2019년 기준 전체 산업 부문의 35.2%를 차지한다. 그간 철강사들은 용선을 생산하기 위해 석탄을 이용해왔다. 이 때문에 철강 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중 약 60%는 철광석을 녹여 용선(쇳물)을 생산하는 ‘제선 공정’에서 발생했다. 현재 철강사들은 제선 공정에서 투입되는 석탄을 수소로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것이 수소로 철을 만드는 ‘수소환원제철’이다.

국내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HyRex, Hydrogen Reduction)를 개발하고 있다. 고로 설비는 약 10년을 주기로 개수가 이뤄지는데, 포스코는 기존 설비의 개수 시기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설비 전환을 추진해 2050년까지 하이렉스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수소환원제철공정에서는 환원반응과 용융반응이 각각 ‘환원로’와 ‘전기로’에서 분리돼 일어난다. 먼저 환원로에서 철광석을 고온으로 가열된 수소와 접촉시켜 고체 철을 제조한다. 이 같이 생산된 철은 직접환원철(DRI, Direct Reduced Iron)이라고 부른다. 이후 DRI를 전기로에 넣어 녹이면 쇳물이 생산되는 방식이다.

포스코는 1992년부터 하이넥스의 전신인 파이넥스(FINEX) 기술 개발을 시작해 2007년 상용화했다. 파이넥스는 수소를 철광석의 환원 과정에서 약 25% 사용한다. 현재까지 파이넥스에서는 3400만t의 쇳물이 성공적으로 생산됐다. 포스코는 파이넥스의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를 100% 사용하는 하이렉스 기술 개발을 정부를 포함 국내 철강사들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

▲하이렉스와 샤프트 환원로의 차이점. 사진=포스코


하이렉스는 SSAB등 해외 철강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샤프트(Shaft) 환원로’와 비교되고 있다. 포스코는 △원료의 차이 △원료와 수소 환원가스의 접촉 방식의 차이 △탄소 배출의 차이 등에서 3가지 강점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가장 도드라지는 장점은 사용 원료의 차이다. 샤프트 환원로는 철광석을 환원하기 위해 펠렛광을 단단한 덩어리 형태로 만든 ‘펠렛’을 제조한 후 이를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펠렛광은 산지와 매장량이 매우 제한적이라 전 세계 생산량의 약 70%의 철광석은 샤프트 환원로에 사용할 수 없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전세계 철광석 생산량 18억t 중 펠렛 공급량은 4억2000만t 밖에 되지 않고 지난해 기준 펠렛은 철광석 분광보다 t당 85달러나 비싸다.

반면에 하이렉스는 유동환원로를 이용해 분광 상태의 일반 철광석을 별다른 가공 없이 바로 환원시킬 수 있다. 또한 유동환원로를 통과한 부분환원철은 EAF 전기로 대신 ESF 환원전기로에서 추가 환원 및 용융이 이뤄짐으로써 맥석 성분이 높은 광석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지난 10월 세계철강협회장으로 취임하며 ‘수소환원제철’ 개발에 전세계 업체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세계철강협회는 지난해와 올해 수소환원제철 국제 포럼인 하이스(HyIs)를 개최하기도 했다. 올해 스웨덴에서 개최된 하이스 포럼에서 포스코는 하이렉스 연구개발 파트너십 계획을 발표했다. 철강사·원료사·엔지니어링사 등 관련 업체와 하이렉스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가속화한다는 게 골자다. 이 파트너십은 현재 여러 회사가 관심을 표명해 협의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포스코는 영국의 플랜트 건설사 프라이메탈스(Primetals)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하이렉스 데모플랜트 설계에 착수했다. 프라이메탈스는 포스코와 파이넥스 설비를 공동으로 설계한 경험이 있다. 포스코는 데모플랜드 EPC(설계·조달·시공)를 이어나가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의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현대제철

▲현대제철의 하이아크(Hy-Arc) 전기로.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도 수소 기반 철강 생산체제를 갖춘다. 현대제철은 독자적인 전기로 기반 탄소중립 철강 생산체제인 ‘하이큐브(Hy-Cube)’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수소 기반 철강 생산체제 전환을 통해 저탄소 고급판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기존 전기로에서 발전해 철 원료를 녹이는 것부터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추가하는 기능까지 갖춘 ‘하이아크(Hy-Arc)’가 하이큐브 기술의 핵심이다.

현대제철은 연간 1000만t 이상의 전기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전기로는 기존 고로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25%에 불가하기 때문에 철강 산업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기술이다. 현대제철은 △원료 부문 △제조 공정 부문 △제품 등 3대 유연성을 기반으로 전기로 중심의 공정을 구성하고 탄소배출 저감뿐만 아니라 제품과 시장까지 고려한 완성형 생산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지난해 현대제철은 탄소중립 전담 조직인 탄소중립추진단을 신설하고 장기적인 탄소중립 로드맵을 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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