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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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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칼럼] 北 도발 대응서 드러난 한국군의 무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14 10:17

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이상호교수

▲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북한은 지난 4일 한미 연합공군 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에서 한국과 미국이 최신예 F-35 스텔스기를 포함한 240대의 전폭기를 동원해 훈련하는 것에 반발하여 180여 대의 군용기를 출격시켜 이에 대응했다. 지난 10월 북한이 전투기 150대를 출격시켜 무력시위를 한 것보다 많은 전력을 동원한 것이다. 북한이 이런 대규모 무력시위를 한 이유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해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공군의 이런 행동은 무모했다. 10월 훈련에서는 1950년 한국전쟁에서 사용했던 골동품인 미그-15 전투기까지 동원했고 일부 전투기들은 고장으로 이륙 포기를 하거나 비행 중 추락했다. 더군다나 포토샵 등 컴퓨터 사진 조작으로 출격한 전투기 숫자를 부풀린 것으로 의심된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비행 가능한 거의 모든 전투기를 동원하였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사실 이번 무력시위에 북한이 180대의 군용기가 동원했다는 주장도 믿기 어렵다. 이전같이 조작된 사진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군 레이더에 이들 항공기가 비행하는 항적이 감지되었다지만 실제 북한이 이 많은 전투기를 출격시켰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함께 북한은 각종 중장거리 탄도·순항 미사일을 발사하며 한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대륙간탄도탄(ICBM)인 화성-17호는 발사 후 정상 비행에 실패했다. 북한은 한국 울산 앞바다에 순항미사일 2발을 착탄시켰다는 거짓 주장도 했다. 미사일 재고 부족 때문에 스커드 등 구형 탄도미사일과 개발된 지 60년이 지난 SA-5 공대공 미사일을 지상 타격용으로 전용하여 발사하는 무리한 시도도 있었다. 군사적으로 큰 효용이 없는 무기체계까지 동원한 것은 뭔가 억지로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다.

이에 대한 한국의 반응은 대체로 냉소적이다. 한미 연합훈련에 위협을 느낀 북한이 만용을 부린 것이라는 판단이다. 북한이 출격시켰다는 전투기 숫자는 허구라며 "종이비행기를 띄웠나"라는 조롱도 있었다. 한국 공군은 북한을 압도하는 첨단 전력을 보유하고 있고 한미 연합 공군은 북한 공군을 개전 초기에 괴멸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북한의 무리한 도발에 대응해 한국은 각종 수단을 동원해 보복 능력을 과시했다. 특히 한국이 자랑하는 고가의 정밀유도·타격무기가 사용되었다.

그러나 한국군이 동원한 첨단 미사일 11발 중 6발이 불발하거나 발사에 실패하는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한국이 자체 개발한 대표적인 대북 보복 무기인 현무-2 지대지 미사일, 북한 공군력 견제에 필수인 천궁 지대공 미사일은 물론 북한 주석궁 등 전략 목표 타격을 위해 이스라엘과 미국에서 수입한 스파이스-2000, 슬램-ER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이외 에이태킴스(ATACMS) 지대지 미사일과 유명한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까지 거의 모든 정밀유도·타격무기가 문제를 일으켰다. 사용된 무기의 반 이상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은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전 문재인 정부가 한미 연합훈련을 포함한 각종 군사훈련을 제한하여 군 전력이 약화하고 군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해석이 있다. 무사안일과 보신주의가 확산하였고 그 결과 군의 미사일 등 첨단 무기와 장비의 관리와 운용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한국은 전 세계 4대 군수 수출국으로 부상했고, 군은 첨단 장비와 무기로 무장한 정예 전력으로 성장했다. 사실 핵무기만 없다면 북한을 군사력으로 압도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더 이상 북한의 재래식 위협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유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사례를 보면 한국군을 안심하고 의지할 만한 정예 군대라고 믿기 어렵다. 한두 발 실패는 있을 수 있지만 11발 중 6발이 정상 발사에 실패한 원인은 한국군 시스템 어딘가 고장이 났거나 무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도발을 통해 북한이 보여준 만용과 허장성세는 자신의 한계를 만회하기 위해 부족하지만 가진 자원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조치로 여겨진다. 이런 북한에 비해 부족할 게 없는 한국군의 문제는 무엇인가. 만약 군의 무능과 무기력이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면 이를 극복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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