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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기나긴 ‘인플레이션 터널’에 끝이 보인다. 10일(현지시간) 발표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보다 하회하자, 긴축 종료 기대감에 뉴욕 3대 지수도 평균 5%대로 급등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고위 인사도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11일 코스피 지수도 3%대로 상승하며 한 주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계속해서 경제성장률, 기업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 만큼 여전히 경기 침체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7.7%, 전월 대비 0.4% 상승을 기록했다. 근원 CPI 역시 전년 동월 대비 6.3%, 전월 대비 0.3% 올라, 전반적으로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다.
물가 성적표를 받아본 미국 주식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7.35%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5.54%,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70% 상승했다. 작년 증시 호황 이후 처음 보는 기록적 상승폭이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여 미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기대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미 연준 고위급 인사들도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는 "충분히 제약적인 스탠스에 가까워지며 금리인상 속도는 느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50bp(1bp=0.01%포인트) 인상도 여전히 큰 규모"라고 밝혔다.
국내 증시에도 훈풍이 불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활발한 매수세에 힘입어 80.93포인트(3.37%) 상승한 2483.16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베어마켓 랠리 끝물이던 지난 8월 26일 이후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 역시 전 거래일 종가보다 59.1원이나 급락한 1318.4원에 마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부분 오름세를 보인 가운데, ‘국민주’들이 급등하며 그간 마음을 졸였던 동학개미들을 모처럼 웃게 했다. 올해 개인 순매수 1위 삼성전자가 4.14% 올랐고, 인터넷 플랫폼 투톱이자 순매수 2, 3위인 네이버·카카오가 각각 9.94%, 15.55% 뛰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물가수준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는 것은 향후 통화정책 변화 기대감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볼 때 물가상승률이 조금씩 진정되는 것은 분명 급격한 금리인상 기조를 종료시킬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아직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제 한 달 치 데이터에 불과한데다, 에너지·주거 물가 상승압력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세 둔화는 완만하게 진행될 전망이며, 금리인상폭 축소 기대는 가능하나 긴축 종료와 금리 인하에 베팅하기에는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인상이 예상, 혹은 그보다 빨리 끝난다고 하더라도 아직 경기침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179곳의 내년 예상 순이익은 전년 대비 2.6% 줄어든 147조9227억원이다. 업계 전문가들도 내년 코스피 상장사들의 이익이 역성장할 가능성이 높으며, 경기 침체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증시가 상승장으로 추세 전환하기에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CPI 덕에 단기적으로 안도할 수 있지만, 경기가 더 안 좋아지고 있다는 점들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경제지표들이 좋아지고 경제 성장이나 기업 이익 전망이 상향 조정돼야 하는데, 최근 코스피 반등에도 경제성장률 전망은 계속 하향 조정돼 안심하긴 이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