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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코스피 지수가 최근 2400선을 유지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1300원대로 내려왔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에서 나와 국내 시장에 유입되고 있고, 주요 통화국들의 금리 인상과 함께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곧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결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국내 증시에 최대 난관임을 지적하며, 상승세가 아닌 일시적인 반등세에 불과하다고 봤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2402.23으로, 전장 대비 22.18포인트(0.91%) 하락한 채 마감했다. 이날 옵션 만기일이고, 현재 개표 중인 예상외로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하자 불확실성이 부각된 점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바이낸스의 FTX 인수 불발 소식 알려지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많이 축소했다.
그럼에도 코스피 지수는 꽤 선방했다는 평이 나온다. 뉴욕 3대 지수(다우, 나스닥, S&P500)가 간밤 평균 2%대로 모두 급락했지만, 코스피 지수는 개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2400선을 사수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런 코스피의 선전이 최근 계속되고 있다. 2200대 초반에서 헤매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말부터 반등을 시작해 이달 1일 2300선을 회복했으며, 미국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도 불구하고 9일 2400선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종가 기준 지난 9월 15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2400선 복귀다.
환율도 코스피 지수 부양을 돕고 있다. 1400원대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어느새 이달 1300원대로 내려왔다. 이날은 전날보다 12.7원(0.93%) 오른 1377.5원에 거래를 마쳤다. 여전히 달러가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달에 비해 많이 올라온 원화 가치가 외국인 투자자를 다시 국내로 불러들였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달러화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예상보다 민주당이 선전한 가운데 뉴욕증시가 급락하고, 금융시장 내 위험자산선호 심리가 약화되면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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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달 코스피 지수 추이. 구글 |
최근 코스피와 원화가 강세를 띤 이유는 중국발 훈풍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시진핑 국가 주석의 3연임과 함께 1인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며 중국 내 규제가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미국 공적연금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로 자금을 돌리고 있다. 대만 역시 중국발 위협이 커지며 투자 매력을 잃고, 한국 시장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중국의 수출 지표가 감소세로 돌아서며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가능성이 대두된 것도 희소식이다. 제로 코로나 폐기로 중국 무역이 활성화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각국의 통화가치가 올라서다.
주요 통화국의 금리 상승도 달러 가치 약세 요인이다. 최근 달러 인덱스를 구성하는 주요 통화국 중 영국, 유럽,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 등 5개국이 금리 인상을 지속하는 중이어서 달러 가치를 억누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곧 끝을 보일 것이라는 희망도 엿보인다. 캐나다는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시장 예상보다 낮은 0.50%포인트 인상에 그쳐, 주요국 중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선 첫번째 국가가 됐다. 미국은 그런 캐나다와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현실적으로 닥친 경제 침체 우려도 심각하다. 시장에서는 당장 오는 12월 FOMC부터 금리인상 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반등 역시 일시적인 베어마켓 랠리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가장 큰 이유는계속되는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부진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이번 코스피 반등이 펀더멘털 개선을 동반하지 않은, 실체 없는 반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 3분기도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내년에도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경기침체로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경기 회복도 국내 증시에 마냥 유리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경제가 활발해질수록 원자재 수요도 증가할 것인데, 이 때문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긴축 기조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날 발표될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PI가 예상치보다 높을 경우 미국은 긴축의 고삐를 더욱 바짝 조일 가능성이 크다. 예상치를 하회할 경우 코스피의 반등세 연장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극적인 추세 반전은 기대하기 힘들며 경기 경착륙과 침체 우려는 여전히 핵심 변수로 남게 된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보다 선전하는 것도 국내 증시엔 좋을 것이 없다"며 "공화당은 재정 지출을 키우는 걸 좋아하지 않아 미 국채 발행이 줄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조기에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