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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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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제2 '이태원 참사' 막으려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07 10:25

강기성 전력경제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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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성 전력경제연구회 회장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크라우드 매니지먼트(군중관리) 기술을 개발하고, 필요한 제도적 보완도 해야 한다"고 피력한 바 있다.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국제위험통제회의는 위험통제 시스템을 통한 인식변화를 안전사회의 필수요소로 강조하고 있다. 크라우드 매니지먼트 기술개발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위험예측 시스템 구축이다. 필자는 지난 1996년 이후 20여 년간의 원전화재방호분야 연구와 현장조사 경험을 토대로 위험통제를 위한 기초자료 분석의 핵심인 ‘위험성 평가’ 방법의 확립을 통한 국가 예산의 투명성 확보와 예산 심의의 중요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예측하기 어려운 비극으로 폭 3.2m의 좁고 경사진 골목에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했다. 군중의 비정상적 움직임에 대한 위험성은 과학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물은 분자의 상태에 따라 기체 상태인 수증기, 액체 상태의 물, 고체 상태의 얼음으로 구분되듯이 군중역학(Crowd Dynamics)에서 개인은 기체 상태와 비교될 수 있다.

1㎡당 사람 밀도인 ‘군중 밀집도’ 가 5명을 넘어서는 경우 ‘위험 단계’로 군중의 흐름이 물결처럼 출렁거리는 상태로 휩쓸릴 수 있다. 한사람이 넘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걸림돌 역할로 그 위로 겹치는 고체화 현상이 발생해 질식에 의한 사망에 이르게 될 수 있다. 군중 밀집도가 1㎡당 7명을 넘으면 중상 또는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참고로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집중적으로 사상자가 발생한 지점에는 1㎡당 16명 정도가 몰렸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압사 사고는 ‘과밀 문화’에 익숙한 우리 시민들이 출근길 지하철역, 환승역, 대형 공연장, 체육시설, 대형쇼핑몰 등 일상에서 접하는 한정된 공간과 장소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대도시의 경우 1㎡당 5~6명이 몰리는 상황이 흔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대규모 군중의 비정상적 이동에 의한 압사 사고의 예방대책 수립에 ‘위험성평가’에 기초한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이태원 사고처럼 대형 압사 사고는 선·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세계 어느 도시든 일어났다는 점에서 후진국형 재난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1979년 신시내티 콘서트장 11명 사망, 1991년 뉴욕 농구 경기장 9명 사망, 2003년 시카고 나이트클럽 21명 압사 사건들이 있었다. 영국은 1989년 쉐필드 힐스버러 축구장 100명이 사망하고 500여 명이 부상을 당하는 초대형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사우디 아라비아의 성지순례 기간 압사 사고의 경우 1994년, 2004년, 2006년과 2015년에 걸쳐 1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 기술개발을 위한 선진국의 경험적 교훈 여섯 가지와 함께 제도적 보완을 위한 군중안전공학의 학문적 기반인 위험성평가 기법의 소개를 통해 ‘국가위험통제센터’ 설립을 제안하면서 우리 정부와 사회의 인식 개선을 촉구한다.

첫째, 군중관리(Crowd Management)는 이미 서구 여러 나라에서는 지침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군중이 모이는 대형 행사주최자는 행사계획을 수립할 때 군중관리계획서(Crowd Management Plan)를 제출하여야 한다. 또한 이 계획서에는 반드시 군중위험평가(Crowd Risk Assessment)가 포함되어야 한다.

둘째, 군중 행동 및 관리로 사람들이 중상, 혹은 사망하는 사고는 화재와 같은 비상사태나 군중폭력과 일부 군중들의 흥분된 상태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사건들은 스포츠 행사, 종교 모임, 록 음악 콘서트 등에서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났다.

셋째, 문제 및 해결 방법으로 영국, 캐나다, 미국에서 발생한 군중 사건들의 조사보고서와 지침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영국 정부는 1971년 글래스고에서 66명의 축구팬이 군중 충돌로 사망한 후에 운동경기장 군중안전 지침서(Green Guide)를 발행했다. 1980년 신시내티 록 콘서트장에서 11명 압사 사고 이후 설립된 특별 위원회의 보고서가 작성되었다. 최근 문헌은 1989년 95명의 축구팬이 사망한 영국 힐즈버러 경기장 사고에 대한 조사보고서와 함께 브뤼셀과 셰필드에서의 군중 사고 보고서도 있다.

넷째, 시간·공간·정보 및 에너지 등 기본 요소로 시설에 대한 수요가 수용능력을 초과하게 되면 빠른 시간 안에 대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 1㎡당 약 5명의 임계 밀도에 근접하는 보행자 밀도는 사람 사이에 공간을 남기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사람들은 수평거리로 3m정도 밀려나는 무의식적인 충격파를 받을 수 있다.

다섯째, 혼잡한 보행자의 압력과 군중을 통한 충격파 효과의 결합으로 임계 밀도 수준에서는 개인이나 심지어 작은 그룹의 사람들이 저항할 수 없는 힘을 생산한다. 군중사고를 입은 생존자들은 군중압박으로 인해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군중에게 짓밟히는 것보다 질식이 더 대표적인 사망원인이다.

여섯째, 군중 관리 및 통제의 차이점으로 ‘군중 관리’는 군중의 행동에 대한 미묘한 심리를 설계 및 운영에 활용한다. 이를 위해서는 군중의 특성과 구성원들의 집단적 동기를 잘 이해해야 한다. 일반적인 훌륭한 군중 관리의 대표적인 예는 디즈니랜드에서 볼 수 있다. ‘군중 통제’는 군중 관리가 성공하지 못할 때 강력한 인 방어선을 제공하는 것으로 폭도들의 폭력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경찰 행동을 포함할 수 있다. 북미와 유럽국가의 경우 신고된 이벤트가 아닌 경우 갑작스럽게 인파가 몰려들면 폭동을 의심해서 기마경찰 등 무장 경찰력이 동원되어 길을 막고 인파를 통제하고 해산시킨다.

선진국의 경우 군중안전공학 등 경험과 학문적 기반에 근거한 안전기준과 위험성평가 기법을 활용한 군중위험관리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군중관리를 포함한 재난안전관리가 필요한 대다수 분야에서 위험의 실체를 조사·평가 및 관리할 수 있는 정책과 기능이 부족하다.

윤 대통령은 "관성적인 대응이나 형식적인 점검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온전히 지킬 수 없다"고 밝혔다. 필자는 ‘국가위험통제센터’를 설립해 행정부의 위험관리대책 수립·시행을 자문하고, 위험통제방법 및 허용위험범위 등 위험요소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를 향상시키고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플랫폼의 설치·운영을 대통령실에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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