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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그룹주펀드' 옥석가리기..."될놈만 담는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07 08:48

한투운용, 삼전·SDI·삼바 위주 그룹주펀드 개편...수익 성과보여



경쟁사 펀드 내에서도 반도체·2차전지·바이오 위주 집중 현상



단일·소수종목 ETF 등장으로 '선택과 집중' 심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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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최근 국내 그룹주에 투자하는 펀드들에 편입된 주식 종목 비중에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자산운용사들이 특정 그룹의 모든 종목을 모두 편입했다면, 최근에는 향후 전망이 밝은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관련주 위주로 비중을 늘리는 형태다. 실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 자사 삼성그룹주펀드 내 주식 구성을 세 종목으로 좁힌 후 펀드명마저 변경했다.

7일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따르면 지난 2일 ‘한국투자삼성그룹펀드(채권혼합)’의 명칭을 ‘한국투자삼성TOP3펀드’로 변경했다. 포트폴리오의 30%를 구성하던 약 16개의 삼성그룹주들을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좁힌 것이다. 이들 세 종목은 각각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등 글로벌 유망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들로, 미래에 큰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안정적인 성과와 초과 수익률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지난 10월 한 달간 코스피 지수가 6.41% 상승할 동안, 삼성전자의 주가는 11.86%,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67%, 삼성SDI는 34.98% 오르며 수익성을 입증한 바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8월 이미 또 다른 자사 삼성그룹주펀드인 ‘한국투자삼성그룹펀드’의 운용전략을 이와 비슷하게 재편한 바 있다. 이 펀드는 삼성그룹주 16개 종목을 모두 펀드에 편입해왔지만, 현재는 시기별로 상대적 투자 매력이 낮은 종목은 제외할 수 있는 등 탄력적 운용이 가능하도록 전략을 변경했다.

특히 주가가 5만원대에 머물고 있고, 현재 반도체 업황 다운 사이클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의 투자 비중을 최대한 늘렸다. 자본시장법상 펀드가 한 종목의 주식을 현물로 편입할 수 있는 최대치는 주식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에서 해당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까지다. 단 순자산의 10% 이내에서 선물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실질적인 투자 비중을 높일 수 있다. 이에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투자삼성그룹펀드 내 삼성전자의 현물 주식 편입 최대치(약 20%)를 모두 채운 후, 나머지 10%를 선물로 채우는 과감한 운용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이 펀드의 최근 한 달(4일 기준) 수익률은 약 11%로, 인덱스펀드를 제외한 삼성그룹주펀드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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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달 삼성전자 주가 추이. 구글


경쟁사들도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옥석 가리기’ 전략을 두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삼성TOP3펀드와 같은 포트폴리오 재편은 당장 없을 것으로 보이나, 유망산업 관련주 위주로 비중을 조정하는 움직임은 꾸준히 관측된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5대그룹대표주펀드’는 삼성전자의 비중을 20% 가까이 가져가고, 반도체(SK하이닉스), 전기차·모빌리티(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2차전지(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으로 상위 10개 종목을 구성했다. KB자산운용의 ‘KB한국대표그룹주펀드’도 이와 비슷한 자산구성을 취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미래에셋5대그룹대표주펀드의 경우 지난해 말 편입 종목 수가 32종목이었는데, 최근에는 27종목만을 포함하고 있다"며 "경쟁사들의 동향도 꾸준히 모니터링 하고 있는데, 아직 큰 틀에서의 운용전략은 변동이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투자신탁운용처럼 삼성그룹주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고른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퇴직연금삼성그룹주40펀드’의 지난 8월 기준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의 주식 보유 비중은 총 25%로 지난해 8월(22.7%)에 비해 3%가량 늘었지만, 기타 삼성물산, 삼성전기,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SDS, 삼성엔지니어링 등 주식 비중도 골고루 증가했다. 과반 이상을 차지하던 ‘KODEX 삼성그룹 상장지수펀드(ETF)’의 비중만을 5% 가까이 줄였을 뿐이다. 안정적인 퇴직연금 운용을 위한 펀드인 만큼 업황 변화와 관계없이 기존 전략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한편 자산운용사들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곧 ETF로도 확산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에는 혼합형 ETF를 주식과 채권 각각 10종 이상을 담게 했는데, 지난 8월 이 기준이 자산유형별 구분 없이 총 10종 이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일 혹은 소수종목 ETF가 이달부터 신규 상장한다. 삼성자산운용(삼성전자), 미래에셋자산운용(테슬라), 한화자산운용(애플), 한국투자신탁운용(엔비디아)에서 단일종목 ETF 4종이, KB자산운용(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 신한자산운용(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소수종목 ETF 2종이 상장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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