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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에 국내 증시도 흔들렸다.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최종 금리는 예상보다 높을 것이라며 매파적 신호를 유지한 영향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7.70포인트(0.33%) 하락한 2329.17으로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2297.45포인트로 전 거래일(2336.87)보다 39.42포인트(1.69%) 하락 출발해 점차 하락폭을 줄여가면서 2330선을 회복했지만, 소폭 하락한 채 마감했다.
외국인과 개인이 적극적으로 매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1746억원, 388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기관은 585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 대비 3.24포인트(0.46%) 하락한 694.13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340억원 개인은 733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기관은 1080억원을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도 치솟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6.4원 오른 1423.8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은 전날 종가 대비 10원 이상 오르며 1430원선에 근접하기도 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연준의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2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기존 대비 75bp 높은 3.75~4%로 인상했다. 지난 6, 7, 9월에 이어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면서 2008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연준은 지난 1984년 폴 볼커 전 의장의 주도하에 긴축을 시도한 적이 있다. 이 때도 75bp씩 네 번을 올리지는 않았다. 울트라스텝(100bp 인상)을 밟은 후 점차 보폭을 줄이면서 속도조절을 했었다.
이에 시장에서도 통화정책 방향 전환(피벗·Pivot)을 기대했지만,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와 실망한 모습이다. 파월 의장은 "최종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한 것보다 높아질 것"이라면서 "금리인상 중단 고려는 매우 시기상조", "우리는 갈 길이 멀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는 전반적으로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의 유지 필요성을 확인 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505.44포인트(1.55%) 떨어진 32147.76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는 96.41포인트(2.50%) 하락한 3759.6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66.05포인트(3.36%) 급락한 10524.80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의 향방은 다음 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달렸다면서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하다고 관측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시는 연준의 긴축, 인플레이션 등 기존 악재에 대해 일정부분 내성이 생겼지만 ‘최종금리 레벨’의 가시성을 확보하려면 12월 FOMC까지 가봐야 해 변동성이 수시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그간 악재를 선반영했고, 외국인 수급 여건이 다소 우호적이라는 점, 미국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지수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내년 상반기 변곡점이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정책 방향성이 올 10월 이후 또렷해지고 있고 지금은 터닝포인트를 지나고 있다"며 "연방준비제도는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긴축을 멈출 가능성이 높고 국내 기업의 재고조정은 내년 1분기 일단락될 듯 하다"고 내다봤다.
yhn77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