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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외화채권 만기 ‘250억달러’라는데...‘콜옵션 미행사’ 파장 퍼지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0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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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레고랜드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채권시장에 ‘흥국생명 중도상환(콜옵션) 미행사’라는 악재가 이어지며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내년 외화채권 만기 도래 규모가 올해보다 20% 이상 증가한 가운데, 신용 관련 악재가 또다시 발생하자 향후 발생할 파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3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한국계 외화채권 규모는 약 249억200만달러(한화 약 35조3000억원)로 올해(204억4000만달러) 대비 21.8% 증가한다.

지난 2015∼2019년까지는 외화채권 발행 규모가 100억달러 대에 머물렀지만 2020년에는 253억9000만 달러, 지난해에는 361억1000만 달러, 올해 281억500만 달러 등 200억∼300억 달러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흥국생명은 오는 9일로 예정된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국내 금융기관이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미이행한 것은 지난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약 13년 만이다. 시장은 통상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기일을 사실상 만기로 여긴다. 때문에 콜옵션 행사를 약속하고도 이행하지 않은 것이 실제 ‘부도’는 아니지만, 신뢰를 져버린 행위로 간주한다.

최근 보험업계는 전반적으로 불황에 의해 들어오는 보험료보다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더 많아지는 안 좋은 자금 상황을 겪고 있다. 평시라면 몇십조원씩 채권을 매수할 보험사들이 지금은 반대로 채권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이에 금융당국도 보험사들의 채권 매도 자제를 유도하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보험사가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자금 납입 요청(캐피털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유동성 평가 기준을 12월 평가 종료 시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보험사 경영실태평가(RAAS) 시 유동성 지표의 평가등급이 1등급씩 상향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보험사 유동성비율 규제 시 유동성 자산의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이달 중 보험업감독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해 유동성 규제 완화 방안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시장은 이번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를 시작으로 다른 보험사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것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흥국생명에 이어 다른 보험사도 조기상환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시장에 돌고 있는데, 이것이 사실일 경우 이슈가 굉장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화생명과 KDB생명은 내년 4월과 5월에 각각 10억달러, 3억달러의 달러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일이 도래한다"며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크레딧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라 여파가 다른 시기보다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화채권 시장 전반의 경색으로 퍼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계 외화채권 시장이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고, 투자자 상당수는 의외로 외국인이 아닌 국내 투자자여서 피해가 우려된다.

유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속에 위험회피 심리가 짙어졌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으로 아시아 크레딧 전반에 대한 우려가 있는 등 가뜩이나 외화채권 시장 여건이 좋지 못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실제 발행 비용에 해당하는 외화채권 신용 스프레드는 연초 145bp(1bp=0.01%포인트)에서 지난달 말 기준 192bp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돼 당분간 외화채권에 대해선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며 "외화채권 투자 수요 위축을 감안할 때 시장이 기조적인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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