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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직원이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현황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거래소 |
정부는 간접 배출 완화와 유상 경매 수익금 활용처에 대한 내용을 포함해 업종별로 건의된 다양한 내용을 검토해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간접 배출은 발전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인 직접 배출과 달리 생산 전력을 사용해 공장 등을 돌리면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을 말한다.
산업계는 이 간접 배출 규제로 이중부담을 안고 있다며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전기를 사올 때 기후환경비가 포함된 전기요금을 내는데 여기에 더해 간접 배출 관련 배출권을 돈 주고 사와야 하니 이런 부담을 줄여달라는 것이다.
산업계는 또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기업을 대상으로 돈을 받고 배출권을 팔았으니 배출권 판매 대금으로 조성된 기금을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분야에 투명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략적인 방향은 가장 비용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과 배출권 거래제 선진화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기업 감축 노력 유인책인 인센티브를 설계하고 중장기적으로 제도를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시장을 활성화 시키고 위험 요소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실질적으로 시장 상황을 개선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일 환경부 기후경제과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에서는 경매수익금 활용처와 간접 배출 부분 등을 포함한 업계의 건의를 검토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에 대한 업종별 건의과제를 수렴한 뒤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업종별 건의과제 중에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을 단기적 과제로, 시간이나 비용이 소요될 내용들을 중장기 과제로 정할 계획으로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정부 "간접배출·경매 수익금 활용 등 업계 건의 수렴해 계획 마련할 것"
업계에서는 간접 배출 부분을 완화해 달라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었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는 배출권 경매수익금 활용을 명확히 공개하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손인성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은 "산업계에서 간접 배출 내용을 명확히 규정지어달라는 개선 요구가 많다"며 "간접 배출로 인해 배출권 비용이 발생하고 전력비용을 지불할 때 기후환경요금도 반영되는 등 이중 부담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직접 배출량과 간접 배출량으로 구분된다. 직접 배출량은 생산활동 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이다. 간접 배출량은 배출원이 실제 내뿜는 온실가스가 아닌 부분을 뜻한다.
예를 들어 석탄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직접 배출량에 속한다. 반면 이 석탄발전소 전력을 공장이나 건물에서 소비해 나오는 온실가스는 간접 배출량에 해당한다. 즉 업체에서는 전기를 소비할 때에도 온실가스 배출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에 할당량을 맞출 때 간접 배출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손 연구위원은 "업체가 전력을 사올 경우 단위당 배출량이 정해져 있다"며 "그렇다면 업체 입장에서는 전기를 살 때 전력요금도 내야 하고 그 전력에 포함된 배출량에 해당하는 만큼 배출권을 사거나 소유한 배출권을 사용해야 하고 기후환경요금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매 수익금 활용에 대한 내용도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배출권 제도는 할당량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정부에서 기업별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할당하고 할당 의무 기업들은 그 양을 맞춰야 하는 방식이다.
일부 기업들은 할당량 가운데 10%를 유상으로 해결해야 한다. 정부에서 할당량 전체를 받는 게 아닌 전체 할당량의 10%를 직접 감축하거나 경매시장에서 배출권을 사들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부에서 배출권 거래제를 관리한다.
배출권 경매 시장은 환경부와 할당 기업이 거래를 하는 시장이다. 환경부가 경매로 얻은 수익금은 기후대응기금으로 사용해야 한다.
손 연구위원은 "유상할당비중이 많아지면 경매 시장도 지금보다 활성화 될 수 있는데 경매가 늘어날 수록 수익금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은 어디에 어떻게 명확히 활용되는 지 알 수 없다. 수익금으로 기업 감축활동을 지원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청사진이 제시돼야 된다"고 말했다.
◇ 전문가 "좋은 제도 마련 중요하지만 깨끗한 시장 활성화 조성 시급"
시장 전문가들은 "배출권 거래 시장에 대한 뾰족한 수를 마련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시장 개선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태선 나무이엔알(NAMU EnR) 대표는 "시장 활성화가 우선"이라며 "좋은 제도가 아무리 많이 마련된다고 해도 시장이 활성화돼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실질적인 탄소배출권시장안정화 조치(MSR)를 마련해야 한다"며 "장내 거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의무화를 도입하고 탄소배출권 선물시장 조기 개설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소배출권시장안정화 조치(MSR)를 도입해 배출권이 부족하거나 남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며 "배출권 물량이 너무 많이 남을 때 정부가 사들이고 반대로 물량이 부족할 때는 정부가 마련해둔 물량을 시장에 내놓는 방식으로 시장을 통제할 줄 알아야 가격 변동성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또 "시장 정보의 비대칭성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탄소배출권시장안정화 조치(MSR)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 시장 정보는 일부 할당 비중이 높은 업종과 업체, 일부 단체에 의해 비대칭적이다"라며 "업종별 매매동향, 이월과 차입정보, 시장조성자 매매정보, 할당량 정보 등 수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들이 할당 기업들에 제공돼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출권 거래제란 시장-메커니즘에 기반을 둔 제도인 만큼 시장 수급 및 정책, 제도 등 다양한 정보들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며 "시장정보에 대해 투명하고 즉각적으로 공개돼야 시장참가자들 모두가 공정한 경쟁매매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선 대표는 "유상할당비중을 확대하는 대신 경매수익금으로 탄소차액계약제도(CCfDs)를 도입하고 장내거래 의무화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탄소차액계약제도는 정부와 기업이 탄소가격을 보장하는 계약을 맺는 제도다. 배출권 거래 가격이 일정 선 아래로 내려오면 정부가 그 차액을 기업에 지원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온실가스 1t을 줄이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시장의 배출권 거래 가격보다 높을 땐 그 차액을 유상배출권 할당 수익으로 보전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국내 배출권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탄소차액계약제도를 도입한 뒤 유상 경매 수익금으로 지원금 재원을 마련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이 제도가 잘 정착이 되면 유상할당비중이 높아지더라도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벌일 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기 때문에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