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지속가능과학회 회장 |
PIR로 볼때 서울의 주택가격은 거품이라고 평가된다. 주택가격의 급등과 급락으로 많은 사람들이 ‘주거 공포의 시간’에 살고 있다. 1기 신도시도 그렇다. 30여 년간 시민들의 보금자리로 자리매김해 온 1기신도시, 많은 베이비 부머들이 이곳에서 중년기를 보냈다. 베이버 부머들이 후년기가 된 것처럼 1기 신도시도 구도시가 되었다.
현 정부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국정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신도시 정비기본방침’을 조속히 마련하여 2023년 2월까지 특별법안을 발의하고, 2024년까지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예정이다. 2027년에 선도지구 5곳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현 정부 임기 중에는 1기 신도시 전체 정비사업계획이 수립되고, 시범지구를 지정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단위계획 수립과 인허가 등은 다음 정부에서 이루어지고, 2030년 이후에나 이 사업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에게는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정일 것이다.
주민들은 신속통합기획으로 빠르게 사업을 진행해 5년 안에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을 것이다. 수학적으로는 이 일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규모 주택 단지 정비사업의 경우 다수 이해관계자의 상충을 조정하는 시간 등으로 보통 10년 이상 걸린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유비무환이라고, 앞으로 10년 동안 예상되는 1기 신도시의 위협요인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단기적으로는 고금리의 직격탄을 받고 있다. 올해 대선 기간에 반짝하던 매수 심리가 현재 급냉상태다. 미국 기준 금리와 국내 기준금리의 쌍둥이 형태의 동조화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2022년 초부터 시작된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2023년 전반기까지 상승하다가 후반기에 약간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준금리도 2023년에 3%대를 유지하고 2024년에는 약간 하락하겠지만 그렇다고 중저금리 상태는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 가격 버블 인식에 더하여 주담대 고금리 부담으로 인하여 2024년까지 1기 신도시 주택의 매수 심리가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둘째, 지난달 26일에 발표한 앞으로 5년간 공공분양 50만호 공급계획은 1기 신도시로서는 ‘설상가상’이다. 임대주택이 아닌 무주택자 대상 분양주택을 공급하며, 그 공급 물량 자체(서울 6만호, 수도권 36만호)가 과거 5년 대비 3배 이상으로 엄청나다. 또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80%,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미적용, 저리 고정 금리(1.7%~3.0%)의 획기적 금융 지원책을 담고 있다. 이 계획이 추진되면 1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수도권 주택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공분양 50만호는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보다 더 강하게 주택 시장 하향 안정화나 정상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주택 가격은 상당히 안정됐었다. 노무현 정부의 주택 정책 기조를 크게 흔들지 않고 유지하면서 여기에 더해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한 것이 주효했다. 이 정책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주택 정책이 될 것이다. 1기 신도시 주택 소유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5년간 큰 악재를 만난 셈이다.
셋째, 1기 신도시와 경쟁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3기 신도시가 상대적으로 우월하다는 점이다. 서울 접근성, 주거 쾌적성, 지원 기능 서비스 등 여러 측면에서 1기 신도시보다 더 낫다. 2025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입주가 시작되어 2030년이면 31.6만호 대부분 입주 완료되는 것으로 되어있다. 중장기적으로 3기 신도시가 1기 신도시의 위협 요인이 될 것이다.
1기 신도시에는 시차를 두고 ‘고금리’ ‘공공분양 50만호’ ‘3기신도시’ 이라는 삼중 위협 요인에 둘러싸여 있다. 정부는 마스터 플랜 후 재정비 트랙뿐만 아니라 주민 스스로가 재건축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주민들은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주택 가격의 정상화란 무엇일까. 보통 사람이 일하여 모은 돈에 부담가능한 주택담보대출을 보태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으면, 그것이 정상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