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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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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제언] "JY,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리세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30 12:54

삼성의 지속가능한 성장 위해선 '컨트롤 타워' 절실

송영택

▲송영택 산업부장/부국장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이것이 여러분과 저의 하나된 비전, 미래의 삼성으로 생각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화려한 취임식을 열지 않고 대신에 사내 게시판에 올린 취임 일성이다. 이 회장은 ‘미래의 삼성’을 구현하기 위해서 △기술력과 인재의 중요성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 문화 △고객과 주주·협력회사·지역사회 등과 함께하는 동반성장 △인류 난제 해결에 기여 등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진단했듯이 국내외 경영환경과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국제 정치가 그리 녹록지 않다. 삼성이 미래 먹거리로 꼽은 △반도체 △바이오 △배터리 등의 사업영역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 경쟁사들과의 치열한 싸움이 쉴새없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첫 일정으로 광주광역시에 있는 협력회사 ‘디케이’를 찾았다. 디케이는 1994년부터 삼성전자와 거래를 시작해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등 철판 가공품 등을 공급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와 거래하면서 작년 기준으로 매출과 직원수가 2152억원, 773명으로 27년에 비해 각각 287배, 77배 늘었다.

‘미래동행’ ‘상생협력’ 등 삼성이 추구하는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삼성은 작은 기업이 아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 16개 상장 계열사 소액주주수(중복)는 작년 기준으로 729만9526명, 올해 10월까지 803만명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1차협력사만 700여곳, 직원수 37만명, 연간 거래규모는 31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수십개의 계열사와 해외 네트워크망을 총괄하는 기능을 가진 핵심 조직이 없다. 고 이건희 회장 시절에는 ‘미래전략실’이 있었고, 이 곳에서 삼성의 글로벌 전략을 만들었다. 이재용 회장 시대가 개막됐지만 ‘컨트롤 타워’ 없이 출발하게 된 것이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급속도록 위축되고, 삼성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마저 실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글로벌 경제 위기를 돌파하고 ‘뉴 삼성’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이 회장이 그토록 갈망하는 ‘진정한 초일류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의 ‘컨트롤 타워’ 부재 상황에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지적은 빈말이 아니다.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이 부회장이 말 한마디로 해체시킨 ‘미래전략실’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회장 시절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국회 청문회에서 스스로 ‘미전실’ 해체를 선언했기 때문에 다시 만들어야 하는 대의명분을 찾기가 힘들 수 있다. 이럴 때 가장 커다란 힘을 발휘하는 것은 바로 ‘솔직함’ ‘정면돌파’다. "지금의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등 3각 축으로 운용하는 느슨한 테스크포스(TF)로는 엄혹한 글로벌 경영환경을 헤쳐 나가기에 역부족이다." "개인의 미래가 아니라 삼성의 미래 전략을 짜는 조직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이런 말을 이 회장이 직접 한다면 많은 국민들이 호응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 정치권도 수긍할 것이다. 국가차원의 안보, 재난, 경제 등의 분야에서 커다란 문제가 터지면 ‘컨트롤 타워’ 부재에 대해 항상 비판해 왔기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은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릴 줄 아는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뗏목은 강을 건너는 도구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 언제까지 뗏목을 어깨에 메고 목표를 향해 전진해야 하나.

삼성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 성장 전략실(Sustainable Growth Strategy Office)’ 류의 ‘컨트롤 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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