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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이 삼킨 증권시장, 소수점 거래 반응 '미지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27 17:39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 한달...1인당 1주 보유한 꼴



거래대금·개인거래실적·예탁금 '내리막'...고금리 영향 여전



17개사 출시 준비 중, 시기 고심...NH는 응용서비스 출시

주식시장

▲(사진 = 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가 시행 한 달째를 맞았지만, 증시 거래대금 및 개인투자자 순유입 규모,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미국발 금리 인상 기조로 차갑게 식은 증시가 소수점 거래 서비스로 활성화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해석된다. 단 증권업계는 투자자 편의를 위해 계속해서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는 한국예탁결제원이 신탁제도를 활용해 투자자가 국내 상장주식을 소수 단위로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1주 단위가 아닌 1000원, 1만원 등 금액 단위로 거래할 수 있어 고가의 주식을 원하는 금액만큼 매매할 수 있다. 해외 주식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소수점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달 26일부터 전날까지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7개사가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에 참여했다. 현재 투자자 2만6673명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총 투자 규모는 주식 수 2만7385주, 약 15억8000만원이다.

이명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 운영 성과를 공유하며 "증권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이은 금리인상으로 차갑게 식은 투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 발표된 수치대로라면,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이용하는 투자자 1명당 온주 하나 정도밖에 보유하지 않은 셈이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은 고금리 시기에 일반 투자자들은 아무래도 예금, 적금으로 몰려가지, 소수점 투자가 나타났다고 해서 주식 시장에 들어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점 거래의 ‘효과 없음’은 증시 거래대금 추이로도 나타났다. 지난달 26일 코스피 일일 거래대금은 9조4618억원 규모였으나, 그 뒤로 하락세를 거듭해 이달 26일에는 7조4927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1조5075억원을 팔아치우며 순매도세를 유지했다.

투자자예탁금 규모(장내 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도 동기간 52조원대에서 47조원대로 뚝 떨어졌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하기 위해 증권사에 예치한 대기자금 성격을 띤다. 이것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증시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이 서비스의 목적은 고가 종목에 대한 접근성 확대, 소액 자금의 주식투자 활용 등으로 소액 투자자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라며 "증시가 활황인 시점에 이 시스템이 오픈됐다면 좀 더 투자자가 붙는 속도가 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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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10월 25일 투자자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 추이. 금융투자협회


이어 "애초에 투자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구조였다"며 "그런데도 증권사에서 별다른 마케팅이나 광고 없이도 서비스 초기 이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선보이지 않은 증권사들은 거래대금 증가보다는 투자자 편의성에 초점을 맞추고 계속해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앞서 다올투자증권, 대신증권,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상상인증권 등 5개사가 연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알려졌으며, 한국투자증권 등 12개 증권사는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잡은 상태다. 단 다올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출시 일정을 내년 상반기로 미룰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출시 준비는 순조로우나, 있을지 모르는 금융투자 관련 세제 개편을 염두에 두고 출시 시점을 고민 중"이라며 "큰 수익을 바랄 수 있는 서비스는 아니고, 고객의 편의성과 다양한 투자선택지 제공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떻게든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소수점 거래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곳도 나타났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5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나무증권’에서 ‘소수점 적립식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는 투자자가 적금하듯 주식을 일정 주기로 매수할 수 있는 서비스로, 국내주식과 해외주식을 모두 지원한다. 타 증권사들도 이 적립식 서비스를 유치할 계획이거나, 또 다른 서비스 개발을 고심 중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여러 가지 응용 방안을 두고 내부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증권사마다 소수점 거래를 지원하는 종목 수, 최소 투자 금액이 다 다르니 이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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