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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 캠페인 로고. |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민간기업의 RE100(기업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이행용 재생에너지 구입가격이 발전 공기업 포함 발전사의 구입 단가보다 크게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기업의 RE100 이행 활성화 기반이 정부의 정책 뒷받침 약속에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비싼 재생에너지 가격이 민간 기업의 RE100 이행의 발목을 잡는 핵심 원인으로 꼽혔다.
가뜩이나 RE100 이행이 쉽지 않은 국내 여건에서 높은 재생에너지 구입 가격이 오히려 민간 기업의 RE100 이행 노력을 뒷걸음질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한국에너지공단이 운영하는 신재생 원스톱 사업정보 통합포털에 따르면 지난 21일 RE100 시장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평균가격은 1REC당 6만8631원이었다. 이는 지난 20일 열린 (REC) 육지 현물시장의 평균가격 1REC당 6만4245원보다 7%(4386원) 비쌌다.
REC 거래 시장은 일반 기업 구매 시장인 RE100 시장과 발전사 구매 시장인 REC 현물시장으로 분리, 이원화돼 있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에 따라 발전 공기업 등 대형 발전사는 신재생에너지를 자체 조달하지 못할 경우 시장 등 외부에서 REC를 구매해야 한다.
반면 일반 민간 기업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지지 않는다. 다만 민간 기업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시 ESG 경영의 표준화 등 글로벌 무역 시장 요구로 신재생에너지 사용 압력을 받고 있다.
민간 기업이 RE100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는 이유다.
문제는 REC 거래 시장이 이원화돼 있고 이에 따라 시장에서 REC를 발전 공기업 포함 발전사들은 싸게, 일반 민간 기업들은 비싸게 살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결국 이게 일반 민간 기업과 발전 공기업을 포함한 발전사의 REC 구매 비용 형평성을 낳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공기업 중심의 발전사의 경우 REC 구매단가가 싼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일반기업과 달리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지고 있는 만큼 공급 단가가 싸야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기업으로선 발전사와 달리 신재생에너지 자발적으로 공급하지만 부담을 갖기는 마찬가지로 보고 있다. 시장의 압력이 있는 만큼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가 없다고 해서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REC 구매 이원화는 윤석열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민간 주도 확대로 정책 전환하고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RE100 참여를 지원키로 한 것과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REC 거래의 이원화에 따른 REC 구매가격 차등은 RE100 시장 위축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실제 RE100 시장 거래량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RE100 시장에서의 거래 물량은 3510메가와트시(MWh)로 REC현물시장 14만8795MWh의 고작 2% 수준에 그치고 있다. RE100 시장은 한 달에 두번 둘째·넷째 주 금요일에 열리고 REC 현물시장은 한 주에 두번 화·목요일에 열린다. REC 현물시장은 자주 열리는 데다가 거래량도 훨씬 많다.
기업들은 REC 구매로 RE100을 달성할 수 있으나 REC 가격이 비싸 이행하기 어렵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비싼 RE100 비용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지난 23일 한국에너지공단이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형 RE100 참여 의향이 있는 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RE100 미참여 사유로 비용 부담과 전담 부서 확보가 어려운 점이 꼽혔다. RE100 참여 방법은 녹색프리미엄과 자가발전, REC 구매,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지분투자가 있다.
자료에서는 REC 구매 단점에 대해 "정책 방향에 따른 민감도가 커 REC 가격은 변동성이 높고 예측이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REC는 복잡한 절차 없이 쉽게 구매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 RE100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REC는 해외에서 국내로 진출한 기업들이 RE100을 빠르게 하려고 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RE100 시장은 REC 현물시장 가격에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졌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REC 현물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RE100 시장에서 REC를 팔고자 하기 때문이다.
현재 REC 현물시장은 과열돼 가격이 비싼 상태로 분석됐다.
신재생에너지 시장 전문 분석 업체인 ‘나무이엔알’의 김태선 대표는 "현재 REC 가격 6만4000원대는 시장 과열 상태로 추가 상승 여력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