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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국민주’라 불리는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반도체 업황 악화와 성장주에 불리한 금리인상 국면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도 3사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내리고 있다. 큰 손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은 경영진들로부터 추가적인 주가 부양 메시지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는 부재한 채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는 결정이 잇따르고 있어 주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초 7만8600원에서 이달 14일 기준 5만6300원으로 28.37% 하락했다. 이 기간 네이버와 카카오도 각각 55.98%, 55.11% 급락했다. 이 3사가 올해 가장 많은 개인투자자 순매수량을 기록해 ‘국민주’로 불리는 만큼, 끝없는 하락세에 소액 주주들의 피해도 막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이달 소폭 올랐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달에만 20%가량 하락한 데 이어 이번 달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3사의 부진은 업황 악화 및 거시경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의 영향을 정면으로 받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몰렸던 수요가 엔데믹 영향으로 급감하자, 반도체 공급 과다로 가격이 급락하면서 영업이익에 타격을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대중국 규제가 이어지며 수요가 더욱 줄었으며, 3분기 실적마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지 못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성장주 특성상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성장주는 금리가 높아질수록 미래 실적에 대한 할인율이 낮아져 주가가 약세를 띤다. 특히 최근에는 네이버의 미국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 인수와 카카오의 자회사 물적분할·가치 하락 영향으로 연일 52주 신저가를 경신해왔다.
◇ 시장 악화에 상반기 내놓은 대책도 ‘백약이 무효’
이들도 떨어지는 주가를 마냥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네이버는 지난 3월 최수연 대표이사가 취임하면서 시총 150조원, 해외 매출 비중 50%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본인의 연간급여를 50% 감축하고 기업가치와 연동한 제한조건부주식(RSU) 비중을 전체 보상의 45%로 확대했다. 같은 달 취임한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주가 15만원과 해외 매출 비중 30%로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지킬 때 까지 법정임금만 받겠다고 약속했다. 스톡옵션 행사가도 15만원으로 설정했다. 이외에도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 추가적인 주가 부양을 공언했다.
하지만 성과는 영 시원찮다. 취임 후 7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3월 대비 또다시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한때 코스피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양사는 현재 10위권도 위태롭다.
증권업계에서도 이들의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해 최근 유진투자증권이 목표주가를 7만5000원에서 7만2000원으로, 한화투자증권이 8만1000원에서 7만3000원으로 내렸다. 네이버에 대해서는 한국투자증권(33만원→30만원)과 NH투자증권(36만원→27만원) 등이, 카카오에 대해서는 현대차증권(10만4000원→9만원), 이베스트투자증권(10만5000원→7만4000원) 등이 일제히 목표주가를 낮췄다. 주가가 회사의 미래 성장성을 상당 부분 반영하는 만큼,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3사에 대한 기대감을 점차 거두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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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이후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주가 추이. 구글 |
◇ 하반기 3사 대표 ‘묵묵부답’...깊어지는 개미 불안
올해 3분기가 지나서도 주가 하락이 심화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3사로부터 추가적인 주가 부양 메시지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암담하다. 수일 전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특명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단 이런 소문이 나온 배경에는, 조만간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고위 경영진들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후 주주환원 재원을 최근 2개년 평균 연결 잉여현금흐름(FCF)의 30%로 설정한 뒤 기말 현금배당과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으나, 8월에 자사주 취득 및 소각 관련된 부분을 현금배당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달 포쉬마크 인수 당시 최수연 대표가 직접 주가 회복에 자신이 있다는 메시지를 내놨으나, 시장에서는 별다른 호응이 일고 있지 않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미 주주환원에 관한 정책을 발표한 상황이고, 향후 신사업 분야에서 실적을 내 주주들께 이득을 돌려드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13일 임직원의 성과급 지급을 위해 자사주를 처분했다는 공시가 올라오자 주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15~16일 동안 데이터센터 화재에 대한 대처 미흡으로 카카오톡 및 관련 서비스 장애가 장기화하며 이날 카카오의 주가에 악영향은 없을지 주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한 카카오 개인투자자는 "작년부터 시작된 하락장에도 카카오의 성장성을 믿고 버텼는데, 올해 모습은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며 "다시금 경영진들이 개인 주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메시지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