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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제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한국금융연수원장 |
세계 경제가 점점 더 깊은 불황의 늪으로 빠져 들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극심한 에너지난으로 물가급등과 경기침체에 접어들었다. 미국은 고용상황 호전으로 아직 실물경제가 양호한 모습이라고는 하지만 물가급등에 불안을 느낀 연준의 강력한 긴축의지 표명으로 증시가 침체되고 금리가 오르며 기업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 등 일부 산업에서 부실이 터져 나오며 성장동력을 잃고 있고, 일본도 여전히 장기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국은 새로 취임한 트러스 총리 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살리고자 소비세 인하방침을 밝혔다가 세수감소와 이에 따른 국채 남발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투매로 국채 가격과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대혼란을 겪었고 급기야 이를 철회함으로써 정책의 신뢰성을 잃었다.
우리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무역수지는 6개월째 연속 적자다. 올 무역수지는 연간으로 14년만에 적자를 기록할 것이 확실하다. 환율은 1400원대를 넘어 1500원대를 향해 오르고 있다. 외화차입이 많은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가계부채 부담이 큰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이어지며 빚에 쪼들린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주가가 맥을 못추면서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고 있고, 금융시장이 경색되며 우량기업마저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한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한미 금리차가 역전되면서 환율은 오르고 외국자금이 해외로 유출되면서 더 이상 금리인상 압력을 견디기 어렵게 되었다. 그렇다고 미국을 따라 잡겠다고 무리하게 금리를 올리면 코로나로 침체되었던 경기를 되살리려던 정책방향에 찬물을 끼얹게 되고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선 상황에서 빚 부담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불만을 감당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이번의 환율급등은 과거 금융위기 때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과거 금융위기 때에는 우리만 유독 환율이 가파르게 올랐다면 지금은 미국을 뺀 주요국 통화들의 환율이 같이 오르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강(强)달러’ 현상이 빚어낸 결과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와 경제적 상관관계가 큰 중국과 일본이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며 자국통화 가치 하락을 용인하는 것도 우리 환율의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금의 환율상승은 세계적인 현상이라서 우리 외환당국의 개입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의 물가상승도 수입물가 상승과 고환율에 기인하는 만큼 한은의 금리인상만으로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중고와 싸워야 한다.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첫째, 핫머니에 대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불황시 해외로 유출되는 자금은 대부분 시세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핫머니들이다.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금이 총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월에 약 40%에서 지난달 말에 약 30%로 줄었다. 핫머니는 초단기성 자금이어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외화 유출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기관들의 외화포지션 관리실태를 재점검하며 유사시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둘째, 환율 및 물가 상승의 주원인인 에너지 수입을 최소화할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한다. 수입원유를 정제해서 파는 정유산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에서 대체 에너지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앞으로는 자동차도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화석원료를 대체할 원전산업의 부활이 절실한 까닭이다. 풍력, 조력 등 기타 대체에너지 개발에도 힘을 쏟으며 관련 산업을 키워야 한다.
셋째,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여 외국인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경기불황과 가계부채 등으로 큰 폭의 금리인상도 어렵고 세계적 강달러 현상 속에 우리만의 시장개입에도 한계가 있다면 시장의 흐름을 그대로 인정하고 우리 경제의 기본체질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맥락에서 산업별, 기업별 구조조정을 과감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넷째, 우리 경제운용의 투명성을 높여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과거 외환위기 때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외국투자자들이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한 정보를 믿지 못해 투자를 꺼렸던 상황들이 재현되어서는 안된다. 정보는 정보대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제대로 설명하여 투자자들의 이해를 구함으로써 우리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