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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카드사들이 9개월 만에 장기카드대출(카드론) 금리를 올렸다. 정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대출금리를 낮춰왔지만, 자금조달처인 여전채 금리 급등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2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3.22%로 전월(12.87%) 대비 0.35%포인트(p) 올랐다. 카드사들이 카드론 금리를 올린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9개월만이다.
카드사별로는 우리카드의 카드론 금리가 14.70%로 가장 높았다. 전월 말 대비 상승폭도 1.98%p로 가장 컸다. 뒤를 이어 롯데카드(13.97%), 삼성카드(13.36%), KB국민카드(12.90%), 하나카드(12.84%), 신한카드(12.64%), 현대카드(12.14%) 순이었다. 이 중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카드사들은 일제히 카드론 금리를 인상했다.
이는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가 12년 만에 역대 최고치인 5%를 돌파한 탓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를 보면, 여전채 AA+ 3년물의 금리는 전날 기준 5.80%까지 뛰었다. 지난 20일 5.06%를 기록한 지 불과 일주일만이다.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지난 6월 초 연 4%대에 진입했다. 이는 2012년 4월 2일(4.02%) 이후 10여 년 만에 처음 있었던 일이기도 했는데, 3개월 만에 5%를 넘은 것이다.
문제는 여전채 추가 상승 압박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21일(현지시간)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고, 남은 두 차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명분도 커진 상태다. 한은은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점진적 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이 바뀌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카드론 금리 상단이 곧 15%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카드론 등 대출에 필요한 자금의 약 70%를 여전채로 조달하고 있다.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 카드사들은 FRN(변동금리부채권)과 기업어음(CP) 발행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CP는 만기가 짧아 상대적으로 금리도 낮고 수요 예측을 거치지 않아 발행 과정도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자산유동화증권(ABS)도 확대하고 있다. ABS는 대출채권, 매출채권, 부동산 등의 여러 가지 형태의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으로 발행금리가 낮아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그간 카드사들은 카드론이 DSR 산정 때 포함되면서 고객 이탈을 방어하기 위해 대출 금리를 깎아줬기 때문에 부담이 상당했다. 조달비용이 올라도 마진 축소를 감수, 카드론 영업을 펼쳐온 셈이다.
카드론 금리가 급등하면서 향후 중·저신용자의 빚 상환 부담증가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카드사들도 최근 들어 신용점수가 높은 고신용 차주들을 대상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카드사들이 자금은 여전채로 조달해야하기 때문에 대출 상품 금리를 끌어올릴 수 밖에 없다"면서 "조달 비용 증가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고신용자 대출에 더 집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yhn77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