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발전소. 픽사베이 |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앞으로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고정가격계약에 참여하는 발전사업자들은 계약 기간 20년간 낙찰된 계약가격보다 비싸게 재생에너지 전력을 팔 수 없게 된다.
고정가격계약의 재생에너지 판매 가격에 사실상 상한선을 둬 20년간 계약 당시 가격 밑으로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전력도매가격이 연료비 상승으로 아무리 올라도 고정가격계약 사업자는 낙찰된 가격보다 비싸게 전력을 판매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는 현재 햇볕·바람 등 자연 자원을 이용해 발전, 별도 연료비를 지불하지 않지만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 연료비가 올라가면 전력도매가격(SMP) 상승으로 덩달아 부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도 LNG·원자력·석탄 발전 등을 통해 생산하는 전력과 마찬가지로 SMP를 기준으로 거래한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들은 RPS 고정가격계약 때 비록 낙찰가격으로 계약을 맺었더라도 계약기간 20년 간 SMP가 오르면 이를 반영해 높은 가격에 생산 전력을 팔아왔다.
정부는 이런 제도의 문제점을 개편키로 했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연료비 상승에 연동해 오르는 SMP를 기준으로 생산전력을 파는 것은 ‘무임승차’이고 이를 통해 이 사업자들은 초과 수익 또는 과도한 혜택을 보고 있다는 정부의 문제 의식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전력시장 가격 안정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긴 하지만 가뜩이나 위축된 RPS 고정가격 계약의 인기가 더욱 시들해지고 결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공급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는 정부의 개편안대로라면 SMP 가격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고사하고 20년간 물가상승률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재생에너지 포기 정책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지난 2020년부터 이달까지 계통한계가격(SMP)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고정가격계약 가격 비교 그래프. (단위: kWh/원) 자료= 신재생 원스톱 사업정보 통합포털 |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RPS 고정가격계약 가격에 상한을 두는 내용을 담은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다음 달 16일까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다. 고시가 빠르게 확정되면 올해 하반기 RPS 고정가격계약부터 개정안을 적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시가 언제 개정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다만 하반기 RPS 고정가격계약 입찰 전에 개정되면 하반기 입찰 때부터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SMP가 RPS 고정가격계약 가격보다 높지 않았다. 하지만 에너지 대란으로 전력도매가격이 RPS 고정가격계약 가격보다 더 비싸져 가격 제한이 필요해졌다"며 "기존에 RPS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한 사업자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RPS 고정가격계약에 참여한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전력판매가격을 전력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보다 높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이 개정안은 정부가 추진 중인 SMP 자체에 상한선을 두는 SMP 상한제와는 별개다.
RPS 고정가격계약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력거래소와 발전공기업들과 20년간 전력판매 계약을 맺는 제도다. 태양광은 일 년 에 두 번 상반기와 하반기에 풍력은 일 년에 한 번 하반기에 경쟁입찰을 거쳐 낙찰자를 결정한다.
RPS 고정가격계약 가격은 SMP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 합으로 구성됐다. SMP 변동 수준에 따라 REC 가격이 바뀌면서 RPS 고정가격계약 가격이 낙찰가격대로 고정된다. SMP는 전력도매가격으로 LNG 등 연료가격에 영향을 받아 한 시간 단위로 바뀐다.
SMP가 전체 고정가격계약가격보다 높으면 SMP를 기준으로 전력을 판매했다.
예컨대 RPS 고정가격계약을 kWh당 155.2원(올해 상반기 평균 낙찰액 기준)의 전력판매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했는데 SMP가 197.7원(지난달 월평균 기준)이면 197.7원의 가격으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다. 전력판매가격이 27.3%(42.5원) 늘어나 그만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익도 올라간다.
특히 이번 달 월평균 SMP는 지금까지 역대 최고 기록 달성 중이다. 이날 기준으로 이달 통합 월평균 SMP는 kWh당 234.0원으로 역대 월평균 SMP 중 가장 높다.
반면 지난 2018년부터 RPS 고정가격계약 평균낙찰 가격은 △2018년 상반기 kWh당 179.9원 △ 2018년 하반기 173.9원 △2019년 상반기 167.3원 △2019년 하반기 159.2원 △2020년 상반기 151.7원 △2020년 하반기 143.8원 △2021년 상반기 136.1원 △2021년 하반기 143.1원 △2022년 상반기 155.2원이다.
현재 SMP가 지난 201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RPS 고정가격계약 평균낙찰 가격보다 높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산업부가 RPS 고정가격계약 가격을 SMP에 상한선으로 두고자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RPS 고정가격계약 전력판매가격을 고정시킨 조치가 필요했다고 평가했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개정안이 RPS 고정가격계약 취지에 맞다고 본다"며 "취지가 고정가격이면 가격을 단순하게 가는 게 낫다"고 밝혔다.
에너지 싱크탱크인 사단법인 ‘넥스트’의 김은성 이사는 "RPS 고정가격계약은 목적이 발전량에 맞게 고정된 수익을 얻게 하도록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제도상 공백이 있었던 부분을 이번에 채운 거 같다"고 말했다.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재생에너지에 대해 과도한 비용지출을 막는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고 본다"며 "다만 정책 일관성으로 볼 때 정책이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 좋은 선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서는 물가 상승으로 전력판매가격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하는데 20년간 같은 가격이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유지와 보수에도 추가 비용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업계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차질이 올 것이라고 봤다. RPS 고정가격계약은 현물시장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미달난 바 있다.
태양광 시공 업계 관계자는 "RPS 고정가격계약에서 가격에 물가 상승 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며 "전력가격이 낮아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는 별 이야기가 없다가 최근 전력가격이 높아지나 초과 이익을 얻는다고 상한제를 만드니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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