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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무신사 테라스 홍대’에 오픈한 우리은행의 혁신점포 ‘WON RE:CORD(원 레코드)’ 전경.(사진=나유라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여기 카페 아닌가요. 너무 예쁘네요.", "우리은행이 이렇게 힙했나요.", "뷰 맛집, 감성 맛집.", "남자친구와 또 오고 싶어요."
이달 17일 서울시 마포구 ‘무신사 테라스 홍대’ 17층에 오픈한 우리은행의 혁신점포 ‘WON RE:CORD(원 레코드)’를 방문한 고객들은 SNS를 통해 이같은 반응을 보였다. 우리은행의 ‘WON RE:CORD(원 레코드) : 우리의 새로운 기록’은 오픈 첫날 400여명의 고객이 방문했다. 지난 주말에도 이틀간 700~800명의 고객들이 방문했다. 많은 방문객들이 몰리면서 상당수의 고객들은 음악을 듣기 위해 대기해야 할 정도였다. 유동인구가 적은 평일에도 150명이 ‘원 레코드’를 찾았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26일은 월요일이었음에도 적지 않은 고객들이 17층 창가에 앉아 한강, 여의도 일대를 바라보며 LP를 청취하고, ATM 형태의 포토부스에서 사진을 찍거나 디지털데스크를 체험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평일 한적한 홍대의 거리를 만끽하러 나온 고객들이 창가에서 자신이 원하는 가수의 곡을 듣고, ‘ATM’ 형태의 포토부스에서 사진을 출력하며 일행과 함께 웃는 모습도 포착됐다. 혼자 온 고객들은 자유롭게 음악을 듣고 테라스를 산책하거나 음료를 마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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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우리은행의 혁신점포 ‘WON RE:CORD(원 레코드)’를 방문한 고객들. (사진=우리은행) |
‘원 레코드’의 흥행 비결은 시중은행이 기획했다고 보기 어려운 트렌디한 분위기에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해당 점포를 구상할 당시 고객들에게 ‘혁신점포’란 어떤 의미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편의점이라는 공간에 무인 단말기와 같은 기기를 설치하며 은행의 ‘업무’에만 중점을 둔 기존의 혁신점포로는 MZ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졌다. 카카오, 토스가 아닌 우리은행에서도 음악 청취, 사진 촬영과 같은 ‘감성 쌓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MZ세대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우리은행은 이러한 컨셉에 부합하는 장소로 홍대입구역 인근 AK&홍대 17층을 낙점했다.
원 레코드에는 시중은행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상품 광고나 홍보 영상, 흔하디 흔한 로고송도 찾을 수 없다. 우리은행을 상징하는 파란색이라는 색깔 외에는 모든 디자인적 요소를 새롭게 해석했다. 해당 점포를 방문한 상당수의 고객들이 ‘날이 좋은 날, 힐링되는 장소에 다녀왔는데, 이곳을 만든 은행이 우리은행이었다’와 같은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러한 이유였다. ATM 포토박스 한쪽에는 디지털데스크 체험존을 꾸려 금융상담 역시 비대면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러한 노력들은 ‘카카오, 토스 못지않게 우리은행도 상당히 젊은 은행이구나’라는 반응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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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딘포스트와 협업해 큐레이션한 LP.(사진=나유라 기자) |
우리은행이 MZ세대들과 팝업스토어라는 공간에서 소통하기 위해 선택한 매개체는 바로 LP 판이다. 디지털 음원이 친숙한 MZ세대들에게 LP라는 제품으로 아날로그적 호기심과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원 두 개를 합친 ‘WON 뱅킹’ 로고가 LP 판을 닮았다는 점도 우리은행이 LP를 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
‘원 레코드’에서는 LP 및 디자인 소품 판매 전문 업체인 딘포스트(DINPOST)와의 협업으로 큐레이션한 15장의 LP를 비롯해 총 200장의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우리은행 스토리를 담은 15장의 LP 역시 주요 음원에 우리은행의 스토리와 여러 서비스를 접목하는 식으로 신중을 기했다. 예를 들어 방문객들은 아티스트 토로 이 모아의 앨범 ‘MAHAL’을 청취하며 WON 뱅킹의 My 택배 서비스를 연상할 수 있고, 랩 듀오 They Hate Change가 발표한 ‘Finally, New’라는 앨범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경기장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은행이 e스포츠 LCK를 후원하고 있다는 것을 음악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우리은행 채널전략부 관계자는 "기획 초기부터 은행의 혁신점포가 무엇인지, MZ세대들에게 시중은행이란 어떤 장소인지 등을 고민했고, 이에 대한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 원 레코드"라며 "LP를 큐레이션할 때도 우리은행의 밝고, 경쾌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음악’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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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원 레코드’ 캐릭터 지지직 굿즈. 지지직은 LP를 재생할 때 나오는 ‘지지직’을 캐릭터 명칭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레코드 무드의 음표 비주얼로, 두 개의 원형은 고객과 우리은행을 표현했으며, W는 지지직한 형태와 우리WON의 ‘W’를 상징한다. 다리는 고객과의 동행을 의미한다. |
이 중 우리은행 광고모델이기도 한 아이유의 꽃갈피 LP는 원 레코드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듣는 인기 앨범으로 꼽힌다. 꽃갈피 LP는 중고 시장에서 약 300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앨범이다.
우리은행이 시중은행과 차원이 다른 팝업스토어를 선보이고, 해당 LP를 방문객들에게 들려줄 수 있었던 건 다름아닌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힘이 컸다. 이 행장은 20일 팝업스토어를 직접 방문해 꽃갈피 LP를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수익 창출에만 열중하는 은행이 아닌 ‘앞으로 찾아오고 싶은 은행, 경험하고 싶은 은행, 고객에게 사랑받는 은행’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는 이 행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은행이 시중은행 최초로 도전하는 ‘팝업스토어’에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낸 것도 이 행장이었다.
우리은행은 이번 팝업스토어를 통해 ‘굿즈 맛집’이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얻었다. 시중은행에서 보기 어려운, 경쾌한 캐릭터 ‘지지직’을 MZ세대들이 자주 이용하는 에코백 같은 상품에 녹였기 때문이다. WON 뱅킹 신규 가입 고객 또는 인스타그램에 방문 인증 게시글을 올리는 방문객들은 레코드 노트, 카세트 마스킹 테이프, 미니 에코백 등을 받을 수 있다. ‘원 레코드’는 9월 17일부터 12월 18일까지 3개월간 운영한다. 그러나 시중은행이 처음으로 시도한 혁신점포임에도 방문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만큼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은행 측은 "원 레코드를 방문한 고객들이 우리은행이라는 브랜드를 바탕으로 대화를 나누거나, 우리은행은 다르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젊고 트렌디한 은행, 또 방문하고 싶은 은행으로 거듭나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