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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 동맥경화 - 中] 설비구축, 하루가 급한데 아직도 HVDC 공사 지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26 16:13

산업부, 동해안 HVDC 완공 예정시기 당초 2021년서 2026년으로 연기



아직 착공조차 못해…HVDC 송전 효율도 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이미 송전 제약 발생…완공 앞둔 석탄화력·원전 송전제약 심화 불가피"

특고압송전선로

▲특고압송전선로. 영풍 석포제련소


대규모 발전원인 원전과 석탄화력 발전소의 송전 차질이 강원 동해안을 중심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발전 설비를 갖추고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거나 놀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력 수급 사정이 빠듯한 상황에선 이런 현상이 대규모 정전(블랙아웃)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송전 차질은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수요지로 보내는 전력망이 제대로 깔리지 않은 탓이다. 발전소의 신규 건설과 증설 등으로 늘어나는 전력 생산량에 맞춰 송전망 확충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 대규모 신규 발전소들이 줄줄이 준공·가동한다는 점이다. 이들 신규 발전소의 본격 가동이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송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송전망 확충은 정부가 신규 발전소 건설 방침을 세우는 단계에서 이미 계획을 마련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 등으로 차일피일 미뤄졌다. 수년째 허송세월한 대가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에너지 정책의 방향이 바뀌었지만 이제는 주민 반발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송전망 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가 비상한 각오로 송전망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에너지경제신문은 ‘발전소 완공 됐는데 뒷전 밀린 송전망 확충’을 주제로 세차례(상·중·하)에 걸쳐 국내 발전설비 및 송전망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대안을 제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경과지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수도권 전력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동해안 지역 대규모 발전기들이 완공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전력을 수도권으로 전달한 송전망 건설은 여전히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전력공사는 당초 2021년에 완공하기로 했지만 민원 등의 이유로 2026년까지 미뤄졌다. 아직 착공도 하지 못했다. 동해지역 원자력·석탄 발전소 신설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속속 이뤄지고 있는데 완공 목표시기가 자꾸 연기되고 있다. 발전설비 확충과 송전망 확충이 따로 놀아 발전사업자들은 물론 국가 전체의 손실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력당국, 동해안 신규 송전선로 준공 미루는 건 무책임"


산업통상자원부는 2011년 순환정전 당시 수도권 전력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통해 동해안 권역에서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다수의 기저발전사업을 허가했다. 그 결과 2022년부터 2024년 사이에 강릉에코파워, 삼척블루파워, 신한울 원전 1·2호기 등 다수의 대규모 신규 발전소들이 가동을 앞두고 있다. 발전용량이 총 7기가와트(GW)다. 기존에 가동 중인 한울 원전 1∼6호기, GS동해전력, 삼척그린파워에 향후 추가될 신한울 3·4호기 원전까지 더하면 총 17GW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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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산업부는 2017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송변전설비를 적기에 안정적으로 확충할 수 있도록 하고, 설비 준공 지연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3년 뒤인 2020년 9차 계획에서는 돌연 입장을 변경, 동해안 신규송전선로 준공시기를 당초 2021년 12월 내지 2022년 12월에서 2025년 6월 내지 2026년 6월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착공이 되지 않고 있다.

9차 계획에 따르면 2024년 동해지역 기저발전량만 17GW 이상으로 늘어난다. 올해부터 앞으로 4년간 이 지역에 약 7GW 규모 신규 기저전원 진입될 계획이지만 동해안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송전선 신설 추진은 4GW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정부·한전 무책임에 겹쳐 속도를 내지 못하고 ‘허송세월’하고 있다. 결국 동해지역 신규 기저전원 7GW 들여와봐야 무용지물 신세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사태가 이런데도 정부와 한전은 눈치만 보며 방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준공 목표시기를 당초 내년에서 2025년 또는 2026년으로 잠정 연기했지만 성과는 회의적이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가장 큰 이유다. 더구나 이 송전선로의 경우 주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지중화가 가능하고 송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신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을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이 최근 확정·발표한 9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도 동해 전력망 확충의 뚜렷한 대책이 없다. 2034년까지 재생에너지 계통 강화에만 12조3000억 투자하겠다고만 발표했다. 전력수급에 차질 생길 경우 산업시설 가동 중단은 물론 전기료 급등까지 이어져 국민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신규 전원 송전망이 좌초할 경우 국가재정으로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등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 전면 재검토하고 동해-수도권 전력망 확충 서둘러야 한다고 경고한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발전설비가 늘어나면 당연히 송전설비도 늘어나야 한다"며 "그러나 지역주민들은 합리적인 보상 없이 송전설비 건설을 환영할 이유가 없고, 한전 차원에서도 강행할 도리가 없다. 결국 정부에서 나서 해결해야 하는데 여야 모두 이같은 논의는 지지부진하다"고 꼬집었다.

한전 측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동해안 송전망 HVDC 건설 현황에 대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질의에 "당초 2021년 준공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었으나, 경과지 선정, 민원 수용성 및 인허가 지연으로 인해 제9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 HVDC 1·2단계 준공목표가 각각 2021년 12월과 2022년 12월에서 2025년 6월, 2026년 6월로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경과지 선정 및 대관 인·허가 완료에 따라 올해 안에 착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여전히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경과지 주민들의 반대 민원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한전의 투자여력과 의지 부족도 문제다. 올해 한전의 누적적자가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막대한 건설비가 투입되는 송전설비 공사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전 측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업계에서는 실제 준공은 이보다 더 연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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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5년 전부터 송전망 부족 문제 알고도 방치한 게 송전제약 현실화 원인"


당국이 차일피일 미루는 그 사이 동해안 송전제약은 현실화되고 있다. 전력거래소 측은 지난 4월 올해 여름철 전력계통 운영방안 검토결과 동해안 발전기에 대해 1.2GW 출력제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제로는 예상보다 더 많은 총 2GW의 송전제약이 발생했다. 내년부터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가 추가로 완공을 앞둔 만큼 최대 5GW 이상의 송전제약이 예상되고 있다.

한전의 계획대로라면 송전제약 문제를 해결할 HVDC는 빨라도 2026년은 돼야 완공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HVDC가 기대만큼의 송전효율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심지어 HVDC는 아직도 착공도 못한 상태다. 여기에 당초 예상에 비해 효율이 부족해 한전 내부적으로 HVDC 회의론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HVDC가 기술적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하면 이는 동해안의 민간 발전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한울 3,4호기 등 원전도 완공해봤자 가동, 송전을 못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HVDC가 당초 알려진 바와 달리 송전효율이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실제 효율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기술적 보완이 필요해 완공시기는 더욱 늦춰지게 된다. 또한 완공 후에도 안정화가 되기 전까지는 송전제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산업을 총괄하는 산업부가 설비건설계획의 실행가능성 등 정확하고 현실적인 정보를 제공해 전기사업자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사실상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실제 산업부는 8차 전기본 수립 당시 동해안 신규송전로 건설에 중대한 장애가 예상되어 준공시기에 대해 큰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적기 준공을 자신하며 발전사업자들에게 발전소 준공을 허가했지만 약속을 어긴 셈이 됐다. 신규 석탄이나 원전 등 발전사업자들이 정부의 설비계획에 맞춰 준공을 했거나 앞두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HVDC란


HVDC(초고압직류송전·High Voltage Direct Current transmission system)는 현존하는 송전선로 중 안전성과 효율성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송전선로는 우선 주민들의 반대가 거셌던 밀양 송전탑 건립 때와 같은 주민 안전의 위험성이 적다. 밀양 송전탑에 쓰인 765KV 송전선과 달리 지중화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주파수에 따라 송전량을 조절할 수 있어 송전과정에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송전선로는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고압의 교류 전력을 전력변환기를 이용해 고압의 직류전력으로 변환시켜 송전한 후, 원하는 수전(受電) 지역에서 다시 전력변환기를 이용해 교류전력으로 변환, 공급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즉, HVDC는 장거리 송전이 유리하다.

장거리 송전 시 같은 크기의 전선에서는 직류가 교류보다 2배 이상 송전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직류 송전이 교류 송전에 비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또 같은 전력 전송 시 AC송전선에 비해 DC 송전의 철탑 면적과 수량이 훨씬 덜 요구된다. 직류 전압은 교류 전압의 최댓값에 비해 크기가 약 70%에 불과해 기기의 절연이 용이하고, 전압이 낮기 때문에 각 기기에 설치돼 있는 절연체의 수량 및 철탑의 높이를 줄일 수 있다. 또한 기존 AC철탑을 활용한다면, DC송전을 통해 보다 더 많은 전력을 송전할 수 있을 것이다.

HVDC 송전은 동일한 용량의 AC송전보다 손실이 낮다. 교류는 변압기를 이용하며 무효전력까지 전송해야 하기 때문에 손실이 큰 반면, HVDC는 항상 일정한 전압과 극성을 갖기 때문에 선로에서의 손실이 적고, 전력변환 손실만 고려해주면 된다.

이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있어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 저장장치(축전지)는 모두 직류를 출력한다. 태양광으로 발전한 전력을 축전지에 저장한 후 사용하는 과정에서 전기 기기는 현재처럼 교류로 변환하지 않고 직류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계통연계형 인버터와 같은 직류-교류 변환에 따른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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