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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우제(祈雨祭)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8.16 13:55

산업부 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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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여헌우 기자

농사를 지으려면 비가 내려야 한다. 기원전 7000년경 농업혁명 이후 인류는 매년 비를 기다렸다. 복수의 문화권에서 기우제(祈雨祭)라는 의식이 생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농경사회에서 가뭄은 사형선고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기우제는 동서양 대부분 공동체에서 가장 엄숙하게 진행하는 행사 중 하나였다. 고대 국가 부여(扶餘)에서는 가뭄 때 왕을 산 채로 제물로 바쳤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 기우제는 사실상 연례행사였다. 어떤 상황에 왕세자가 나서고, 언제부터 왕이 움직이는지 등 기록이 자세히 남아있다. 드라마 ‘용의 눈물’ 마지막회 명장면으로 해당 의식을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기우제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 때나’ 열리는 행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비가 필요할 때 모였다. 왕을 포함한 리더들은 적절한 시기가 되면 전면에 나섰다. 인디언들이 비가 내릴 때까지 무조건 기도를 올린다는 말은 잘못 알려진 상식이다. 국내 자기계발서와 주식투자서 등이 ‘인디언 기우제’라는 말을 사용해 유명해졌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최근 한 여당 국회의원이 폭우 피해 현장에서 기우제를 지내다 도마에 올랐다. 언제 어디서 누가 왜 어떤 말을 했는지는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누군가의 삶이 무너진 공간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참담할 뿐이다.

정치인들이 민생과 맞닿은 현장에서 ‘민폐’를 끼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순국선열을 기리는 자리에서 웃으며 단체사진을 찍거나 순직한 소방대원 영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한 이도 있다. 재난 현장에서는 이들의 의전 때문에 피해 복구나 실종자 수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

본지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정부가 ‘국정 운영을 잘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29%에 불과했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서 ‘매우 잘한다’(15.8%) 보다 ‘매우 잘못한다’(60.9%)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물난리가 난 곳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속마음으로 국민을 대한 결과가 아닐까. "기업은 일류, 행정은 이류, 정치는 삼류"라고 했던 한 기업인의 일갈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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