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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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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경제침체에 역풍 맞는 ESG경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8.03 10:27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대한경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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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대한경영학회 회장

지난 수년사이 빠르게 번지던 ESG(환경·사회적 책임·투명경영)경영 열풍이 최근 들어 다소 시들해지는 모습이다. ‘ESG 전도사’로 불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지난 5월에 "우리가 투자한 기업들의 다음 주주총회에서 기후변화 대책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ESG는 사기(scam)"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지난 6월과 7월 해외 및 국내 언론들은 "ESG 역풍이 불고 있다", "ESG는 이제 끝났다" 등의 보도를 줄줄이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래리 핑크 회장과 일론 머스크 CEO의 발언 의도가 부정확하게 전해졌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종 ESG 펀드에 유입되었던 돈이 썰물처럼 비ESG 펀드로 빠져나가고 있다. ESG 투자자들이 죄악시하는 화석 에너지와 방위산업(방산) 기업 주가가 급등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ESG 친화적 기업들의 주가는 뚝뚝 떨어지고 있기도 하다. ESG가 한때의 유행으로 사라질 것인지 아니면 역풍을 이기고 더욱 굳건하게 뿌리를 내릴지, 기로에 서 있는 ESG 경영의 현재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미래를 조망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외 기업이 앞다퉈 ESG 경영을 내세웠고, ESG펀드와 채권도 급성장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세계경제 상황이 나빠지자 기업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ESG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유가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ESG에 매달리다가 기업이나 투자회사들이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ESG 열풍에 밀려 투자 기피 대상으로 꼽혔던 방위산업, 석유·가스와 같은 에너지산업의 주가는 크게 오른 반면, 환경친화적이라고 평가를 받았던 기술주는 급락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월 13일 "ESG란 용어가 나온 지 20년도 안 됐지만, 그 쓰임새가 벌써 끝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ESG의 개념이나 정의 자체가 모호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마자 금융계에서는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무기회사와 방산업체는 ESG에 부합하는 것으로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스웨덴 최대 글로벌 금융회사인 SEB은행은 지난해 방위산업 매출 비율이 5%를 넘는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한다는 경영 방침을 밝혔었는데, 지난 4월부터 입장을 바꿔 자사의 펀드가 방위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했다.

ESG의 개념과 정의가 모호하다는 NYT의 지적은 문제가 많다. ESG에 대한 의구심이 있으면, 지속가능성의 역사와 개념을 이해하면 ESG에 대한 의심은 사라지고 확신이 들 것으로 생각한다. 지속가능성이란 생태계가 미래에도 유지될 수 있는 제반 환경이란 의미이며, 한마디로 ‘지속 유지가능성’ 또는 ‘미래 유지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용어는 50년전인 1972년에 로마클럽의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심층적으로 문헌 연구를 해보면, 지속가능성이란 용어는 309년전인 1713년부터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뿌리가 매우 깊은 나무이다.

해외와 국내에서 일고 있는 ESG 역풍을 들여다보면, ESG의 뿌리인 지속가능성의 오랜 역사와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온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에 급부상한 ESG투자 관점에서 보면 ESG의 개념과 정의가 모호할 수 있지만, 오래된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보면 ESG의 개념과 정의는 명확하다.

ESG를 ESG투자 관점에서 보는 사람들은 ESG의 역사가 일천한 것으로 보지만, 지속가능성 시각에서 보면 ESG를 들여다 보면 ESG는 뿌리깊은 나무로서 쉽게 흔들리거나 쓰러지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ESG에 대한 과도한 열풍은 일시적인 역풍에 의해 조정기를 거치면서 열기가 다소 식을 수는 있지만, 지속가능성과 ESG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지속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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