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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금융사와 통신사간 동맹이 늘어나고 있다. 산업간 경계를 없애고 새로운 분야에 진출해 동반 성장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최근에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도 예고되며 금융사들의 신사업 진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은 지난 22일 신동반성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산업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Big-Blur) 시대에 금융과 ICT(정보통신기술)를 아우르는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 과제를 추진한다는 목적에서다.
하나금융과 SK ICT 패밀리 간 협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4000억원 규모의 지분도 교환했다. SKT는 3300억원 규모의 하나카드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고, 하나금융지주 주식 3300억원을 매입해 22일 기준 하나금융의 약 3.1%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하나금융 자회사 하나카드는 684억원 규모의 SKT 지분과 SKT가 보유한 316억원 상당의 SK스퀘어 지분을 매입하며 SKT 지분 0.6%, SK스퀘어 지분 약 0.5%를 취득했다. 지분 교환을 통해 두 회사 전략적 제휴의 중장기 추진력을 확보했다는 것이 하나금융의 설명이다.
금융사와 통신사와의 혈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한금융그룹과 KT는 그동안 꾸준히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는데, 지난해 9월에는 신한금융과 KT가 디지털 신사업·플랫폼 역량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어 지난 1월에는 ‘디지털 컴퍼니 도약’이란 목표로 신한은행과 KT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플랫폼 신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신한은행이 KT 지분 5.46%(약 4375억원)을 취득하면서 장기적인 협력 관계 유지를 위한 기반을 다졌다. 두 회사는 협력을 통해 업의 경계를 뛰어 넘어 혁신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KT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NFT(대체불가능한 토큰), 로봇, 메타버스, 클라우드 등 우수한 디지털 플랫폼 기술을 갖추고 있고 신한은행은 금융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만큼 두 회사의 역량을 결합해 메타버스 기반의 융합서비스, 부동산 플랫폼 등 다양한 공동 플랫폼 구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과 KT는 MOU 체결 이후 사내 벤처 육성, 홈브랜치 구축, 소상공인 상생 지원 등 다양한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사와 통신사의 동맹이 강화되는 이유는 각각 금융업과 통신업 한계에 국한되지 않고 비금융, 비통신 시장으로는 진출하려는 의지가 커지고 있어서다. 금융시장에서는 빅테크·핀테크 기업이 결제 서비스 등 금융 서비스를 탑재한 채 기술력을 무기로 금융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산업계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기업은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기업"이라며 "기존 은행이 은행업에 한정된 것과 달리 빅테크 기업들은 금융, 유통, ICT 등 영역에 제한 없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금융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혁신금융서비스를 활용한 금융사의 이종산업 진출도 이뤄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일찌감치 이동통신서비스인 리브모바일(Liiv M)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알뜰폰(MVNO) 시장에 진출했다. 신한은행은 땡겨요 앱을 출시하면서 배달 앱 시장에 뛰어들었다. 비금융 시장 진출로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해 고객 맞춤 서비스로 활용한다는 목적이 담겼다.
최근에는 금융위원회가 금산분리 규제를 다시 보겠다고 하면서 금융사의 신사업 진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이다. 그동안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금융사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신사업 진출과 혁신 추구를 위한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취임 후 "금융산업에서도 BTS(방탄소년단)와 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조성하겠다"며 금산분리 등 금융규제 개선을 예고했다.
금융사와 통신사와의 동맹도 금산분리 완화 분위기에 따른 선제적인 움직임이란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이 은행업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며 "신사업 진출에 대한 갈망이 있는 만큼 금산분리 완화는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