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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통큰 투자'…뒷받침할 생태계 확보 급하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5.23 15:13

전기차 등 '빅 투자' 나섰지만 車부품사·전문인력 경쟁력은 흔들



"연관산업 범위 확대하고 정부 차원의 R&D·인력 예산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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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외에 ‘통 큰 투자’를 결정한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생태계를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같은 차세대 먹거리를 찾고 있는 만큼 이에 맞는 연구개발(R&D), 인력, 부품사 경쟁력 확보 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23일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이 발표한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는 세계 3위 규모 R&D 투자 산업이다. 전세계 투자의 16%를 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쟁국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6년까지 전기동력·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를 양산하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 및 연관 기업들은 R&D와 인적자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주요국 정부도 미래차 관련 하부구조를 확충하는 중이다. 독일 자동차 업계가 올해부터 2026년까지 총 2200억유로(약 295조 8000억원)를 R&D에 투자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국내 완성차 비계열사 부품기업 R&D 투자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는 점이다. 다양한 생태계가 조성되고 적극적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마당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국내의 경우 전체 자동차산업의 R&D 투자는 증가했지만, 완성차 비계열 부품기업 273개사의 R&D 투자는 계속 감소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비계열 부품기업 273개사 중 R&D 투자가 2년 연속 감소한 기업은 85개사에 달했다.

또 경쟁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R&D 투자를 확대하고 전문인력을 확충하는 상황에서 기업 간 혁신역량의 격차 확대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한자연은 내다봤다. 지난 2020년 기준 주요국의 자동차 산업 R&D 투자는 독일 59조원, 일본 33조원, 미국 30조원, 중국 12조원 등의 순이이었다. 우리나라는 8조 6000억원으로 이들 국가에 크게 뒤졌다.

또 2020년 미국과 독일의 자동차 엔지니어는 각각 11만명, 12만 6000명으로 늘어났지만 국내 자동차 산업의 연구개발 인력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오히려 929명 줄어 3만 7000명에 그쳤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한국과 미국 등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다.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 일정에 맞춰 미국에 100억달러(약 12조 7000억원) 이상 쏟겠다는 비전을 공개하기도 했다. 전기차 공장을 새로 만들고 로보틱스, 자율주행, UAM,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 관련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다.

현대차·기아는 국내에도 2030년까지 총 21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생산 능력을 확충한다. 이를 통해 올해 35만대로 예상되는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량을 2030년 144만대까지 대폭 늘린다는 구상이다. 144만대는 2030년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의 45%에 달하는 물량이다. 양사는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을 323만대로 계획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통큰 투자’ 계획을 반기는 분위기다. 자동차 산업이 워낙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데다 현대차그룹이 ‘미래 경쟁력 확보’라는 그림도 잘 그려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의 경우 전기차 생산-연구개발-인프라-연관산업 등의 선순환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에서는 ‘제2의 앨라배마 효과’로 국내 부품·협력사들의 해외 진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만 미래차 역량을 쌓을 경우 다양성 훼손 등 단점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국내 비계열사 부품기업 등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자연은 자동차가 모빌리티로 진화하며 전후방 연관 산업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관련 R&D 예산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자연은 "장기적으로 R&D 투자를 해온 기업과 핵심역량을 보유한 창업기업을 모두 지원하는 이원화 전략을 운용하면서 모빌리티 산업의 공급망 안정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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