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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에교협 공동대표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원전 최강국 재건’을 새 정부의 핵심 에너지 정책임을 뚜렷이 하고 있다. 지극히 당위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이다. 지난 60년 동안 우리가 어렵사리 이룩해놓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을 무작정 폐기해버릴 이유가 없다. 국제 사회의 기후 위기 대응 노력에도 동참하고, 만만치 않은 탈원전의 청구서도 해결해야 하는 형편에서는 더욱 그렇다. 원전은 탄소중립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전력의 안정적 수급을 보장해줄 수 있는 유일한 ‘현재 기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원전 최강국 재건에 필요한 기술력과 경제력은 충분하다.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경제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은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이 그 핵심이다. 우리에게는 미래형 원전으로 떠오르고 있는 ‘SMR’(소형모듈원자로)의 전신인 스마트(SMART)를 개발해본 경험도 있다. 지난 40여 년 동안 국내에 26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UAE에 원전을 수출하면서 축적해놓은 우리의 기술력을 폄하할 이유가 없다. 원전 최강국 건설의 꿈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뜻이다.
원전 최강국의 공약도 철저하게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실행해야만 한다. 사문화돼 버린 원자력진흥법을 비롯한 에너지 관련 법률과 제도를 되살려내야 한다. 국회의 존재까지 무시해버리고, 이념적으로 편향된 엉터리 ‘시행령’과 ‘교시’(敎示)에 의한 밀어붙이기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지난 5년 동안 단 한 건의 에너지 관련 법률도 제·개정하지 않았던 정책적 횡포를 반복해서는 절대 안 된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에너지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중요하다. 원전은 ‘위험’하고, 석탄은 ‘더럽다’는 일방적·유아적·이념적 선동에 시달려온 국민들에 대한 진정성이 담긴 설득이 필요하다. 위험하고 더럽다는 이유만으로 기술을 포기하는 반(反)기술적 패배주의는 부끄러운 것이다. 위험과 오염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의지와 기술을 믿어야 한다.
물론 원전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억지·괴담·선동은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 과학과 상식을 기반으로 누구나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안전관리 제도가 대안이다. 안전관리 기술에 대한 투자는 절대 아까워하지 말아야 한다. 전문가들의 책임도 막중하다. 무작정 믿어달라는 요구는 의미가 없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최고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분명하게 보여주어야만 한다.
무차별적인 탈원전 정책의 집행기구로 전락해버린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를 해체 수준으로 개편해야 한다. 원자력의 생산과 이용에 따른 방사선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과 환경보전에 이바지해야 하는 원안위의 역할은 막중한 것이다. 그런 원안위는 고도의 전문성과 윤리성, 그리고 국가·국민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가진 최고의 전문가로 구성하는 것이 마땅하다. 선무당급 환경운동가와 생태주의자의 놀이터로 만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
원전 최강국이라고 해서 전력 생산의 ‘믹스’를 무시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석탄·천연가스도 함부로 포기할 수 없고, 태양광·풍력과 같은 미래 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외면할 수 없다. 화석연료의 소비를 줄여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앞장서서 막춤을 춰야 할 이유가 없다.
여전히 ‘미래 기술’일 수밖에 없는 신재생에 대한 환상과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신재생은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비현실적인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2017년의 포항지진은 억지로 밀어붙인 작은 지열 발전소가 일으킨 끔찍한 재앙이었다. 태양광·풍력도 여전히 효율성과 간헐성 극복을 위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전국의 야산과 농지에 설치해놓은 태양광·풍력의 수명 도래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태양광·풍력의 해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도 절대 썩지 않는 환경오염 물질이다.
정치적으로 오염된 수소에 대한 과도한 투자도 경계해야 한다. 환경적으로 깨끗하다는 그린 수소의 실용화도 죽음의 계곡을 건너야만 가능한 것이다. 수소의 안전한 수송·저장·활용은 여전히 아득한 미래의 꿈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탄소 신전원’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