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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 가격 ‘천정부지’···전기차 대중화 발목 잡히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3.09 15:26

배터리-전기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삼원계 생산하는 ‘K-배터리’ 부담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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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 중 하나인 니켈 가격이 급등하자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거센 데다 주요 자원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며 배터리·전기차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급한대로 해외 니켈·구리 광산 매각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9일 업계와 한국자원정보서비스 등에 따르면 니켈, 코발트, 구리, 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은 최근 들어 무서운 속도로 오르고 있다.

니켈 가격은 지난 7일 t당 4만 2995달러(약 5312만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2.5% 뛴 수치다. 전날에는 장중 한때 t당 10만달러 이상까지 치솟기도 했다. 니켈 가격 급등세는 최근 들어 거세지고 있다. 7일 기준 가격은 지난달보다 77.8%, 전주보다 57.7% 각각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코발트 가격은 t당 7만 9000달러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약 54% 오른 금액이다. 구리(1만 730달러), 알루미늄(3984달러) 등 주요 원자재 광물 가격도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세계 니켈의 약 10%가 러시아에서 나온다고 알려졌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산업군은 전기차 배터리 업계다. 통상 배터리 생산 비용의 70∼80%는 원자재 비용으로 추산된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배터리 가격이 같이 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배터리 가격이 오르면 전기차 판매가도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만드는 전기차는 동급의 내연기관차 대비 가격이 20~40% 가량 비싸다. 각국 정부는 보조금을 통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시장에서는 특히 ‘K-배터리’ 기업들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본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삼원계 NCM’ 배터리를 선호한다. 니켈, 코발트, 망간이 핵심 원자재인데, 최근 이들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주요 광물을 중국, 호주, 남미 등에서 주로 수입하고 있다.

반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리튬인산철(LFP) 방식을 선호한다. 삼원계 제품 대비 성능이 떨어지지만 니켈·코발트 등이 들어가지 않아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국내 기업들은 이 같은 LFP 배터리 개발 여부를 아직 저울질하고 있는 단계다.

전문가들은 어떤 방식이건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이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여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품질이 뛰어난 삼원계 제품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LFP 전기차가 많이 보급될 경우 내연기관차 대비 성능이 너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상황이 이렇자 우리 정부는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니켈·코발트) 등 해외 광산 매각을 잠정 중단하고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매수자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광산 등 해외 자산을 적극적으로 매각하려고 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정치적 판단으로 해외 광산들을 팔려 한다는 ‘헐값 매각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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