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왼쪽)과 롯데백화점 강남점. |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유통업계 라이벌인 롯데와 신세계가 최근 앞다퉈 핵심시설을 서울 강남으로 옮기기로 해 ‘유통 강남대전(大戰)’을 예고하고 있다.
강남지역은 소비 트렌드 변화가 빠르고 고소득층이 많아 유통업계로선 공략 1순위 ‘핵심 상권’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IT 인력들이 몰려 있어 온라인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롯데와 신세계로선 인재 확보 공급처로 눈독을 들이고 있다.
두 유통 대기업이 시장과 인력의 강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둥지를 옮김으로써 전체 사업의 시너지를 키우는 동시에 코로나19 이후의 재도약 사전준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오는 5월 중순 서울 명동 에비뉴엘 빌딩의 상품본부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공유오피스 ‘위워크’건물로 이전한다. 해외 럭셔리 상품군을 담당하는 상품기획(MD)1본부와 일반패션·자체브랜드(PB)·식품부문을 담당하는 MD2본부 등의 업무 공간을 옮기는 것이다. 두 사업본부의 인원 규모는 약 230명에 이른다.
롯데백화점은 정준호 대표의 사무실도 명동 외에 삼성동에도 추가로 마련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강남은 워낙 트렌드가 빠르고 파트너사들도 대부분 강남에 많이 있어 소통이 더 원활해지고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의 핵심부처 사무실 이전은 ‘강남점 재건’ 전략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지난해 12월 사내 게시판에 올린 취임 영상에서 "업계 1위의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냉정하게 돌아보고 잘하는 것부터 용기 있게 다시 시작하자"며 ‘강남 1등 점포’ 전략을 제시했다. 잠실점과 강남점을 새단장(리뉴얼)해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 출신인 정 대표는 ‘강남 1등 점포’ 비전을 시현하기 위해 신세계 출신 인사들을 잇달아 수혈했다. 지난 1월 이승희 상무, 안성호 상무보를 영입한 데 이어 지난달 신세계인터내셔날 출신 조형주 럭셔리 부문장(상무보)을 영입했다.
강남점 재건 목표에 맞춰 외부 영입과 조직 재정비를 단행해 시너지를 높이고 본격적 재도약 채비를 서두르겠다는 정 대표의 경영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 롯데백화점 강남점의 연매출은 약 5000억원으로 신세계 강남점 매출(2조4000억)의 5분의 1 수준이다. 큰 매출 격차를 롯데백화점이 어떤 차별화 전략으로 신세계 추격에 나설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전문가들조차 신세계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강남점이 같은 강남상권이지만 차이점이 있다고 인정한다.전 유통학회장인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다만 신세계 강남점은 인근 터미널이 있어 대전과 목포 등 지방사람도 오고 갈 수 있지만, 롯데 강남점은 강남 구민들만 가는 압구정 현대백화점과 유사한 면이 있다"면서 "(롯데 입장에선) 포켓상권인 강남 대치동 고급 소비층을 겨냥한 특화된 머천다이징을 할 수 있을 기회를 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백화점이 핵심부처 거처를 강남으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도 강남으로 사옥을 이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계열사 SSG닷컴은 올해 상반기 중 본사를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강남 센터필드로 옮길 계획이다. 이는 강남은 IT 기업이 많아 IT 기술개발 인력 수혈이 용이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SSG닷컴은 본사 1000여명의 직원 중 절반가량이 개발자로, 개발 인력 전원에게 스톡옵션도 부여했다.
앞서 서울 성수동 본사를 매각한 이마트도 강남 역삼동 센터필드와 대치동에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소유의 건물에 나눠 입주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