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이원희

wonhee4544@ekn.kr

이원희기자 기사모음




[기자의 눈] 원전·재생에너지 산업 갈등 부추기는 정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2.23 16:22

이원희 에너지환경부 기자

이원희(증명사진)
원자력발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봐 ‘신에너지’로 인정하려는 법안이 국민의힘에서 발의되자 재생에너지 업계의 반응이 뜨겁다. 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원전을 본래 친환경 에너지로 잘 인정하지는 않지만, 이번 반응은 좀 더 거칠다. 원전이 신에너지로 인정되면 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에 따르면 원전을 운영하는 발전 사업자도 신재생에너지(신에너지+재생에너지) 의무 공급량을 채워야 한다. 하지만 원전이 신에너지로 인정되면 국내 원전 사업을 독점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런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한수원의 신재생에너지 조달물량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문제는 한수원의 현 신재생에너지 조달 물량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실제로 한수원은 올해 기준 발전사들이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할 신재생에너지의 7분의 1이나 차지한다. 재생에너지 산업 전체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업계가 원전의 신에너지 인정 법안 추진에 긴장하는 이유다.

앞으로 대선 결과에 따라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올수록 에너지원별 밥그릇 싸움은 더욱 격화할 수 있다.

원전 업계 입장에서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원전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원이지만, 탄소를 배출하는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처럼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부담을 지고 있다. 원전 업계는 원전에 대해 이른바 ‘녹색에너지’ 분류로 사실상 가닥을 잡은 유럽연합(EU)이 부러울 수 있다. 녹색에너지로 인정되면 투자유치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별도 공급 의무도 지지 않으니 비용을 줄일 수 있다.

RPS제도는 당초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속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마련됐다. 정부가 발전 공기업과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 발전사들에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부과한 뒤 목표치를 정해놓고 관리해왔다. 특정 산업 육성을 위해 다른 산업에 부담을 주는 일종의 규제다.

재생에너지산업은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정부의 우산 속에서 보호만 받을 수 없다. 발전 비용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 국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 다른 에너지원에 의존하지 않아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가고 있다.

새 정부에선 에너지정책이 에너지원 간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 지금은 한 에너지원에게 혜택을 주면 다른 에너지원에 직접적 피해가 생기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wonhee4544@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