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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혁 KG제로인 상무 |
RE100. 대통령 후보 사이의 TV토론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된 단어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 즉 재생에너지 100의 약자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화석연료가 아닌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기업간의 국제적인 약속 운동이다. 이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만을 이용하거나, 사용한 전력만큼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머지않아 유럽은 수입 제품에 대해 생산 과정에서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인증제를 실시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관세를 물릴 공산이 크다.
RE100은 2014년 영국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기구인 ‘더 클라이밋 그룹’이 시작했고 우리나라에는 작년에 도입됐다. 코로나19로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게 된데 힘입었다.
환경보호를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야 한다는 당위에 반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데 있다. 서방 선진국에서도 석유·석탄과 같은 화석연료 개발·운송 투자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회적인 감시를 의식하느라 상장 회사들이 화석 에너지 투자를 줄이고 있지만, 사모펀드(PE)가 슬그머니 그 빈자리를 메우는 모습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2월7일자)에 따르면, 셰브론을 비롯한 메이저 석유회사 6개사는 지난 2018년 이후 화석연료 자산 440억달러 어치를 줄였다. 지난 1월 엑손 모빌은 캐나다에 있는 셰일 가스 산업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쉘은 나이지리아에 남아 있는 자사의 유전을 팔겠다고 내 놓았다.
이런 상장기업과는 달리 KKR, 블랙스톤을 비롯한 대형 PE들은 화석연료 투자를 그리 줄이지 못했다. 이들도 말로는 화석연료 투자는 줄이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작년까지 최근 2년간 석유·가스·석탄 관련 자산 600억달러 어치를 사들였다. 재생에너지 자산 매입보다 3분의 1가량 더 많다. 비상장 기업들도 가세하는 모양새다. 미국에서 가장 큰 비상장 석유회사 힐코프는 BP의 알래스카 화석연료 자산 전부를 56억달러에 인수했고, 코노코 필립스는 산후안 분지 유전과 가스전을 30억달러에 사들였다.
뉴욕타임스는 작년 10월 사모펀드 업계가 탄소배출 사업에 투자한 액수가 2010년 이후에만 1조1000억달러에 이르는데, 풍력·태양력과 같은 재생 애너지 분야에 투입된 금액은 이것의 12%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주요 투자자인 연기금, 대학기금 등도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축소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석유·석탄·가스 관련 투자에서 나오는 열매가 달콤하기 때문이다. 최근 석유값 앙등으로 관련 투자에서 나오는 투자수익률(IRR)이 20%에 이른다. 재생에너지 투자 기대수익률 10%의 두배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사모펀드는 상장기업과 달리 정보 공개 의무에서 비껴 나 있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받고 투자하기까지의 과정을 외부에 밝히지 않아도 되는 ‘그들 만의 리그’를 운영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연기금이나 대학교 기금들도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하면, 죄악 펀드에 투자한다는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예컨대 오퍼튜니티 펀드라는 그럴듯한 이름의 펀드에 돈을 맡길 경우, 그 펀드에서 어떤 아이템에 투자할 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먼저 위탁을 하므로 이후 오퍼튜니티 펀드가 일부 자금을 화석연료 쪽에 투자하더라도 대학기금 등은 최소한 몰랐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환경과 기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화석연료는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은 늘리는 추세가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당장은 에너지 효율이나 경제성 면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신재생은 아직 효율이 낮고 가격이 비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재생보다는 화석연료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지금은 가스값이 폭등하고 있고 세계 각국이 화석에너지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산업계는 정부가 탄소감축 목표를 너무 급진적으로 잡고 업계를 몰아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밝힌 상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에너지산업은 당선자의 머리를 아프게 할 것이다. 그 고민은 RE100이라는 용어를 아느냐, 모르냐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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