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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문재인 정부 5년은 탈원전 정책의 예고편이었다. 원전 발전량이 늘어나면 전력판매가격이 내려가고 원전 발전량이 줄어들면 전력판매가격이 상승하는 원칙이 확인됐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강행 후유증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18일 전력거래소와 한국전력공사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지난 5년 내내 원전발전량과 전력도매 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이 정확히 반비례했다. 값싼 원전 발전량이 줄면 SMP가 올라가고 반대로 원전 발전량이 늘어나면 SMP는 내려가는 공식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이 기간 원전 발전량이 최저치를 기록한 2018년의 연평균 SMP가 가장 높았으며 원전 발전량이 가장 많았던 2020년에는 연평균 SMP가 가장 낮았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로드맵대로 차기 정부에서도 탈원전이 추진될 경우 원전 발전량은 줄어들고 SMP는 올라 결국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미 차기 정부 출범 한 달 전인 4월과 10월 두 차례 전기요금 인상을 예고했다. 정부는 인상 예고가 연료비 상승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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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력거래소, 한국전력통계월보] *2021년 원전 발전량은 1∼11월까지. |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인상이 겉으로는 연료비 인상의 결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에너지 믹스에 크게 좌우된다고 주장한다. 특정 에너지원의 가격이 오르면 이 에너지원의 비중을 줄이고 보다 값싼 다른 에너지원의 비중을 높이는 등 에너지원의 탄력적이고 유연한 조합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탈원전·탈석탄 동시 추진을 상수로 두고 경직된 에너지정책을 펼친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한전이 기저발전으로 국내 전력 생산의 60%를 넘는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이고 이로 인한 전력공백을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채우며 전력수급 대응에 나서면서 결과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불러오고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가속화하는 재생에너지 확대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2020년에는 원전 가동량이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높아 유일하게 한전이 흑자를 기록했다. 반대로 지난해 원전 발전량이 곤두박질 치자 발전 단가 상승으로 대폭 적자를 기록했다"며 "한전의 적자는 국가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결국 올해 4월과 10월 전기요금을 올리기로 했다. 정부의 탈원전 예행연습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그동안 에너지전문가들은 줄곧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의 가동을 줄이고 LNG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면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커 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SMP는 원자력·석탄·LNG·신재생에너지 등 발전원의 전력 생산 비용 등을 고려해 시장에서 형성되는 전력거래가격이다. 한전은 이 가격을 기준으로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온다. 한전으로선 이 가격이 높아지면 전력을 비싸게 사와 비용이 커지는 만큼 전력 소비자 전기사용료인 전기요금을 올릴 수 밖에 없다. 탈원전 등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없다던 정부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는 줄곧 "전기요금은 유가와 연동이 돼 있다. 소위 탈원전 때문에 전기요금 변동이 있었던 건 틀린 얘기"라고 주장해왔다
이같은 추세는 올 겨울은 물론 앞으로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당장 겨울철 전기 사용량 증가와 국제 연료 가격 오름세가 맞물리며 전기료 상승 압력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겨울 공공석탄발전 53기 중 최대 16기의 가동이 중단된다. 석탄 발전의 공백은 비싼 LNG 발전 등이 채울 전망이다. LNG 발전은 원자력이나 화력 발전과는 달리, 연료비가 비싸 전력 수요가 많아 공급이 부족할 때만 가동된다. 비싼 전원의 가동이 늘면 발전 원가도 오르게 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해 겨울철 LNG 연료 의존도가 커지면서 한전을 비롯한 발전사들의 비용 부담이 연일 커지고 있다.
실제 한전은 2020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 원전 가동률 증가로 전력구매비용이 낮아져 2조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2023년과 2024년은 1조 4589억원, 2조 5853억원의 적자를 예상했다. 2022년부터 연료비가 오를 것이란 한전의 예상과는 달리 지난해부터 국제유가가 올라 적자를 기록했다. 아울러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전면폐지하고 원자력발전 비중도 6%로 줄이는 탄소중립 정책이 계획대로 실행될 경우 전기료 인상요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 이행에 따라 화력 발전 감가상각비가 늘고, 화력 발전 단가보다 비싼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당연히 전기요금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탈원전이든 국제유가 때문이든 에너지전환과 전력수급·전기요금 체계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