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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11일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리센터를 방문, 겨울철 전력수급 관리현황 점검을 점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
특히 겨울철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으로 석탄발전 가동이 줄어들면서 전력 소비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발전기가 전반적으로 축소돼 정부도 긴장한 모습이다.
11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4∼5시 최대전력수요는 8만9400MW, 전력 공급예비율은 19.3%로 전망됐다. 한파가 시작되자 전력예비율이 20% 이하로 떨어지는 모습이다.
12일엔 서울 체감기온이 영하 16도를 기록하는 등 한파가 14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이미 갑자기 한파가 닥쳤던 지난해 말 최대 전력 사용량이 역대 겨울철 최고치를 세웠다. 당시 최대 전략사용량은 전력 최대성수기 한여름 최고치에 가까웠다.
한파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자 전력 소비 급증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이날 전남 나주 전력거래소를 찾아 태양광 발전의 겨울철 전력 수급 기여 현황을 보고 받은 뒤 "지난 12월 한 달 동안 안정적인 전력 수급 상황을 유지했지만 1월 3주에 최대 전력 수요 발생이 예상되는 만큼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겨울철마다 찾아오는 한파로 인해 난방 수요가 높아지면서 전력 소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5도∼10도를 나타냈다. 이튿날인 12일부터는 더 추워져 오는 14일까지 아침 기온이 영하 15도를 밑돌 전망이다. 중부지방도 아침부터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고 낮 최고기온이 영하에 그치는 등 강추위가 이어진다. 한파가 이어지는 14일까지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 떨어진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전력 소비도 높아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겨울철보다 여름철에 전력 소비가 높지만 한파가 심했던 이번 겨울 최대 전력 사용량이 역대 겨울철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최대전력 사용량은 90.70GW다. 당시 전날부터 전국에 걸쳐 한파가 절정에 다다르면 곳곳에 아침 기온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서울에서는 12월 기온 중 41년 만에 가장 추운 날씨로 기록됐다.
□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기간 석탄화력발전소 운영 현황
비상저감조치 (1월 9~10일) | 가동정지 (4기) | 인천 | 영흥화력발전소 1호기 | 정지 |
충남 | 당진화력발전소 1, 4호기 | |||
보령화력발전소 4호기 | ||||
상한제약 (31기) | 인천 | 영흥화력발전소 2, 3, 4, 5, 6호기 | 856MW | |
충남 | 당진화력발전소 2, 3, 5, 6, 7, 8, 9, 10호기 | 3349MW | ||
보령화력발전소 3, 5, 6, 7, 8호기 | ||||
태안화력발전소 1~10호기 | ||||
신보령화력발전소 1, 2호기 | ||||
신서천화력발전소 1호기 |
겨울철 전력 소비는 높아지지만 수급 상황은 넉넉치 못하다.
올해에도 석탄발전소들이 일부 폐기된다. 또 해마다 전년도 12월부터 해당연도 3월까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가 시행돼 석탄발전기들이 대거 가동 정지하거나 상한제약을 실시한다.
가뜩이나 원전은 탈원전으로, 액화천연가스(LNG)는 연료비 상승으로 발전기를 돌리기 쉽지 않은데다 겨울철 신재생에너지 발전효율은 더욱 떨어져 전력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총 전력 생산 발전원 가운데 30% 이상을 차지하는 석탄발전기가 가동에 제약이 생기면 여름철보다 더 큰 전력수급난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는 올해에도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4기를 폐기할 계획이다. 올해 폐기될 석탄발전소는 삼천포 1·2호기, 호남 1·2호기 등 총 4기다. 또 올해 겨울철은 ‘3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2021년 12월∼2022년 3월)에 해당된다. 석탄발전 가동을 정지하고 일부 발전소들의 출력을 80%로 제한하는 조치다. 정부는 이번 계획 시행기간 총 55기의 석탄화력발전소 중 8~11기 가동정지, 최대 46기 상한제약을 각각 시행하기로 했다. 국내 전체 석탄발전기가 대부분 가동정지 또는 상한제약 대상이 되는 셈이다. 지난 9일과 10일 덮친 미세먼지 공습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돼 석탄발전기 4기가 가동 정지되고 31기가 전력 출력에 상한 제약을 받았다.
북극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해에도 역대급 추위에 난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1월 한 달 동안에만 전력예비율이 세 번이나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6일 한파가 시작된 이후 △7일 8.9% △8일 9.3% △11일 9.5% 등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한파가 예보된 이달에도 지난해 수준의 강추위가 이어진다면 난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직 전력예비율이 우려할 정도로 낮아지지는 않았지만 작년과 비슷한 기후 상황이 나타난다면 전력예비율이 작년처럼 한 자릿수를 나타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특히 넷제로 정책에 따라 기저발전의 비중이 축소되는 상황이라 우려가 더 크다"고 말했다.
윤원철 전력산업연구회 연구위원은 "아직 단정 지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석탄발전기를 돌리지 않으면 위기가 올 수도 있다"며 "미세먼지도 중요하지만 전력난이나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