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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공급배관. |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국제 천연가스 가격의 최근 급등세는 구조적·계절적 요인에 더해 다양한 수급불안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결과로 분석됐다.
특히 장기계약보다는 현물시장 거래 비중이 높아진데다 공급설비 증설 둔화로 공급 차질이 크게 발생했고 유럽 지역에서 높은 의존도를 보여온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대체재인 천연가스 재고물량이 크게 줄어든 게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11일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의 전망에 따르면 최근 현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의 급등은 지난 동절기와 마찬가지로 구조적 요인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수요 회복, 한파로 인한 재고충당 수요에서 촉발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엔 더 다양한 수급불안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 시장에서 한꺼번에 여러 가지 안 좋은 일이 겹쳐 더할 수 없이 나쁜 상황인 ‘퍼펙트 스톰’을 맞고 맞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구조적으로는 국제 LNG 시장의 글로벌화가 진전되고 미국을 중심으로 판매 계약 기간 및 상대가 정해지지 않은 유연물량이 증가하면서 현물 LNG 거래 비중이 높아졌다는데 이유가 있다.
특히 주요 LNG 수입국들의 구매자들은 가스시장 경쟁, 에너지전환 정책,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불확실성까지 증대했다.
나아가 최근 수년간 초과 공급 상황으로 인해 현물 LNG 가격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장기계약 체결을 미루거나 현물거래 비중이 높아졌다.
공급 측면에서는 지난 2021년부터 세계 LNG 공급능력 증설이 크게 둔화되면서 LNG 가격 급등을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늦춰졌던 플랜트 유지 보수가 증가하면서 공급차질도 역대 가장 많이 발생했다.
현물 LNG 시장에서 미국의 수출 비중이 높아진 것도 현물 LNG 가격의 불안을 가중시킨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난 동절기와 마찬가지로 이번 동절기에도 미국산 LNG의 파나마 운하 통행이 지연되면서 하루 용선료를 상승시켜 현물 LNG 가격 급등을 유발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 지역 LNG 수요가 증가하면서 유럽으로의 LNG 유입량이 감소해 유럽지역 LNG 수급불안을 초래하기도 했다.
연초 한파로 인해 일찌감치 재고 충당에 나선 아시아 LNG 수입국들과는 달리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 충당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동절기를 앞두고 수급 불안이 가중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21일 기준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는 전년 동일 대비 20% 포인트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과거 10년간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에너지전환, 탄소중립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기상변동에 따른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가스발전에 대한 부담 또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 발전은 계절적으로 동절기에 감소할 뿐만 아니라 이번 동절기를 앞두고 북해 풍량이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 전체 전력생산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영국과 독일의 풍력발전의 발전량이 감소하면서 반대로 가스발전이 증가했다. 브라질·스페인·터키는 가뭄으로 인해 수력발전이 감소하면서 역시 가스발전이 증가했다.
러시아 파이프라인가스(PNG) 공급량 감소 또한 유럽의 동절기 수급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됐다. 2020년 러시아는 유럽연합(EU) 천연가스 소비량(380 Bcm)의 40%인 152Bcm을 PNG로 공급한 바 있다.
올해 현물 LNG 가격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말 유럽의 극심한 수급불안의 시발점이 된 천연가스 재고 수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해 초 한파로 인해 유럽의 4월 천연가스 재고 수준은 30% 미만을 기록했다. 올해 동절기에는 평년기온이 유지되더라도 오는 3월 말 재고 수준이 20% 미만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한원희 가스공사 책임연구원은 "올해 1분기 이후 가스 재고를 충당할 수 있는 충분한 가스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는 지의 여부가 이번 동절기와 같은 현물 LNG 가격 폭등 양상이 재현될 수 있을 지를 가늠케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도 LNG 수급 상황은 전년 대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럽의 현물 가스가격의 방향성은 하반기로 예정된 노드 스트림(Nord Stream) 2의 가동 시기와 러시아 PNG 공급 여력에 의존하게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youn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