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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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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마이데이터와 디지털 금융혁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1.06 10:24

김한성 한국은행 전산정보국 자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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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성 한국은행 전산정보국 자문역

새해 벽두부터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로 불리우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쇼타임이 한창이다. 5일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전면 시행에 들어가면서 전통적인 금융사들은 마이데이터 조직을 신설하고, 신흥 빅테크 업체는 서비스 모델 개발에 바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모습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모두가 마이데이터 사업허가를 일단 따고 보자는 데만 열심인게 마치 노량진 고시학원 모습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모델은 풍향계 같은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움직일 뿐, 이상한 나라 엘리스가 토끼굴을 찾는 것과 같은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과거의 방식으로 제도화된 금융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익숙한 광경뿐이다.

하지만 쇼는 계속되어야 하고, 훌륭한 연기자와 연출자가 있다면 최초에 공연된 쇼는 거듭할수록 더 흥미 있는 감동을 전할 것이다. 연기자는 지금껏 해보지 못한 배역에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내는 일을, 연출자는 시나리오 구성 및 형식의 안주하지 않고 시대적 맥락에 맞게 작품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일을 게을리 해선 말이다.

마이데이터는 디지털 세상에서 나의 데이터(data), 개인정보이고 나의 주체적 권리(right)이며 실천적 시민으로서 활동(movement)이다. 이러한 마이데이터의 다층적 속성은 합의된 의미로 통용을 어렵게 하지만 그만큼 우리 삶의 전면에 선다.

디지털 세상에서 개인정보는 평판을 어림하는 측정통계치로 개인의 신용과 디지털 ID(신분증)의 역할을 한다. 개인의 사회적 평판은 중요하며, 평판은 개인의 존엄을 나타내므로 잘 보호되어야 한다. 특히 개인정보는 삶의 주체로서 우리의 모습을 드러내고 도움도 얻기 때문에 누군가로부터의 독점이나 소유에 대한 다툼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정보가 온전히 개인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 전반에 걸쳐 경제적 복지에 기여해야 하는 데이터의 공적인 가치에도 주목해야 한다. 데이터로서 나에 대한 정보는 물리적으로 무한히 복제 가능한 비경쟁성(non-rivalrous)을 가지며 동시에 암호화를 통하여 접근을 통제할 수 있는 배제적(excludable) 속성을 가진다. 따라서 마이데이터는 마치 공공건설 도로와 같은 사회 인프라로서 공공재적 특성과 함께 민간유치 건설 도로와 같은 사유재 성격을 함께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는 데이터의 주체인 개인에게 나의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이른바 개인정보를 자기가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부여한다. 그러나 많은 개인은 자신의 데이터가 어떠한 목적으로 수집되고 이용하는 지에 대해 무관심하다. 개인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갖고 있음에도 수동적으로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관한 동의(consent)를 하고 있다. 동의는 하나의 규제로서 개인정보의 활용을 제약하고 있어 동의를 받지 않고는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을 막고 있기도 하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에게 자신의 데이터를 접근 그리고 이용이 가능한 실제적인 수단을 개인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정보를 보유한 조직(기업, 기관)은 개인에게 자기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최소한 법적 요구사항 이상으로 부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하는 가운데 최대한 이익을 얻어 내는 방식으로 개인 데이터의 수집과 이용을 가능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정보에 대한 활용과 보호가 양립하던 때와는 다르게 개인정보가 충분히 보호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마이데이터 생태계를 구성하는 각 주체들이 개인, 오퍼레이터, 데이터 공급자, 서비스 제공자 그리고 생태계 거버넌스 관리자 등으로 세분되고 이들로부터 다양한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 그만큼 마이데이터 활동은 새로운 협력적 상생으로서, 서로를 차단하는 ‘거리의 파토스’를 극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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