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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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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삼킨 새우' 대우건설 새 주인 중흥그룹, 남은 과제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2.09 15:59

대우건설 지분 50.75% 인수, 기업결합 심사·후속작업 본격 돌입
'승자의 저주' 우려… 독립경영·해외사업 이해·부채비율 개선 과제

중흥그룹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과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왼쪽부터)가 9일 서울 종로 포시즌스호텔에서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손희연 기자] 10년 만에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의 새 주인으로 되면서 건설업계 내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시공평가순위 3위로 우뚝 올라섰기 때문이다. 향후 중흥그룹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업계 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중흥그룹은 9일 서울 종로 포시즌스호텔에서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50.75%(주식 2억193만1209주)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중흥그룹은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5개월 간 진행해온 인수실무작업을 모두 마무리했다.

중흥그룹은 이달 중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하고 새로운 대우건설을 만들기 위한 후속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중흥그룹은 계열사인 중흥토건(시공능력평가 17위)과 중흥건설(시공능력평가 45위)을 거느리고 있다. 중흥그룹이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5위를 기록했던 대우건설과 합쳐지면서 평가 순위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어 3위가 된다.

자산 기준으로는 대우건설 9조8470억원에 중흥그룹(47위) 9조2070억원을 합한 19조540억원으로 미래에셋(19조 3330억원)에 이어 재계 21위로 올라간다.

이날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SPA 체결식에서 "해외 역량이 뛰어난 대우건설 인수는 중흥그룹 ‘제2의 창업’과도 같다"면서 "어떠한 외적 환경의 변화나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 초일류 건설그룹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흥그룹은 △독립경영 및 임직원 고용승계보장 △부채비율 개선 △임직원 처우개선 △핵심가치(도전과 열정, 자율과 책임)의 고양 △내부승진 보장 △능력 위주의 발탁 인사 등 현안사항을 선별하고 향후 중점 추진해 나간다. 이와 함께 노동조합과도 협의를 통해 상생하는 방향을 찾아간다.

이와 관련해 업계 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두 건설사가 합쳐지면 각자의 주력 사업 분야를 바탕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독립 경영 체계, 해외 사업 이해도, 부채비율, 임직원 조화, 노조 등 아직 남은 과제가 있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중흥그룹도 ‘승자의 저주’가 재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는 곧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인수 3년 만인 2009년 산은에 대우건설을 재매각했다. 기업을 인수했다가 실패만 남긴 것이다.

금호아시아나의 발목을 잡은 건 무리한 인수금액 조달이었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는 6조 4000억원(주당 2만 6200원)에 대우건설 지분 72%를 인수했었다. 문제는 자체 자금은 총액의 34%에 불과한 2조 2000억원뿐으로 4조 2000억원을 풋백옵션(주식매도선택권)으로 끌어온 점이다.

중흥그룹은 인수 자금 2조1000억원을 재무적투자자(FI) 없이 직접 조달한다. 중흥그룹은 인수자금 조달과 관련해 "일시적으로 단기 브릿지론 성격의 자금을 일부 차입하지만 내년까지 유입될 그룹의 영업현금흐름으로 대부분 상환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외부 차입 없이 대우건설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외부 차입 없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자금력이 충분한 상황인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이 가운데 중흥그룹과 대우건설의 경영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푸르지오 주택 브랜드뿐만 아니라, 플랜트 해외사업장까지 가지고 있는데, 중흥건설이 투자를 한다고 해도 그동안의 대우건설 노하우와 경험을 단시간 내에 흡수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 회장은 "대우건설이 재도약하기 위해선 임직원 개개인과 조직간 신뢰와 협력이 중요하다"며 "그런 여건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 깊이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on9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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