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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올해 국제유가 등 연료비 급등으로 한국전력이 대규모 적자를, 자회사인 발전공기업들이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자 모회사와 자회사 간 이익분배 장치인 정산조정계수가 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전의 실적 개선을 위한 방안이 유력한 가운데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종의 분식 회계라며 탈원전 등 에너지정책 기조를 바꿔 실질적으로 실적을 개선시키거나 그게 어렵다면 전기료 현실화 등 정면돌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탄소중립, 탈원전,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전환을 위한 투자비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소매가인 전기요금 인상은 국민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도매가를 산정하는 정산조정계수 조정을 통해 한전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결국 자회사-모회사 간 주머니만 바꾸는 제로섬게임"이라며 "소매요금을 묶어놓으니 생기는 문제로 전력시장 구조를 개선해야지 사후적으로 이익을 배분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전은 독점적 전기판매 사업자로서 정부의 규제를 받고 있어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하고도 소매요금을 시장상황에 맞게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탄소중립을 비롯한 모든 에너지전환 정책의 부담도 고스란히 한전이 다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정부가 바뀐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라며 "정부가 요금규제를 풀고 전력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산조정계수는 2008년 5월부터 한국전력 산하 발전공기업의 초과 이윤을 조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한전은 전력거래소를 통해 전력공급사업자인 6개 발전자회사로부터 전기를 도매로 구입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전력생산단가가 가장 비싼 발전기의 발전단가인 ‘계통한계가격’(SMP)을 시장거래가격으로 적용해 거래가 이뤄진다. 낮은 소매전기요금을 고려하면 한전이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정산조정계수는 한전이 발전자회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SMP에 0~1 사이의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해 수익을 ‘조정’할 수 있다. 한전의 재무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주는 장치로 사용돼왔다. 가령 발전사가 1만원을 벌었을 때 정산조정계수가 1이면 1만원을, 0.0001이면 1원만 가져가게 된다. 정산조정계수가 커지면 발전자회사가, 정산조정계수가 낮아지면 한전의 이익이 커지게 된다.
지난해는 코로나19에 따른 저유가 기조로 SMP가 40원대로 크게 하락해 발전자회사의 부담이 커져 이를 보전하기 위해 정산조정계수가 거의 1에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SMP가 100원을 넘어서는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자 이번에는 0에 가깝게 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는 매해 연말에 비용평가위원회를 개최해 다음해의 조정계수를 결정한다. 통상적으로 연 1회 산정하지만 연료가격의 급격한 변동, 전기요금의 조정, 시장제도 변경 등의 예측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하거나 조정계수 산정을 위한 전망 자료 등이 실적과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 경우 분기 단위로 조정계수를 재산정할 수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한전과 발전자회사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한 후 산정기준에 따라 정산조정계수를 도출하면 산업부의 승인을 받아 확정한다"고 말했다. 산업부 측은 "정산조정계수는 회의 내용은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