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05일(월)



[EE칼럼] 요소수 사태가 에너지정책에 주는 시사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1.15 10:26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에교협 공동대표





이덕환 서강대 교수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에교협 공동대표



요소수 품귀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중국의 석탄 부족이라는 것이 언론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지난 여름의 폭우로 중국 내 석탄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엎친 데 덮친다고 미중 갈등 국면에서 드러내놓고 미국편을 들었던 호주의 석탄 수입까지 금지시켰다. 석탄에서 뽑아내야 하는 요소의 생산이 줄어들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석탄이나 천연가스에는 요소가 들어있지 않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의 몸속에서 단백질의 최종 대사물질이기도 한 요소는 생명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었다. 요소는 생명체의 몸속에서만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생명의 물질’이었다. 무생물의 세계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물질이었다는 뜻이다. 결국 석탄·천연가스에서 요소를 생산한다는 주장은 고등학교 화학 수준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엉터리 주장이다.

물론 요소의 생산에도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사용한다.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키기 위해서 사용하는 수소는 대부분 천연가스를 뜨거운 수증기로 분해하는 개질(改質) 공정으로 생산한다. 석탄에서 생산한 합성가스에 들어있는 수소를 쓰기도 한다.



질소를 고정시켜서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암모니아에 다시 이산화탄소를 결합시켜서 요소를 만드는 공정은 100년 전 독일의 하버와 보슈가 개발한 대표적인 고온·고압 공정이다. 고온 공정에 필요한 열을 생성시키기 위해서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해야 한다. 고압 장치를 작동하기 위한 압축기의 가동에는 전기도 필요하다.

그래서 요소 생산 산업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환경에 미치는 부담도 심각하다. 그렇다고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 해 2억 톤이나 생산·소비되는 요소는 킬로그램당 가격이 500원도 안 되는 값싼 기초 화학소재다. 작년에 중국에서 수입한 요소의 평균 가격은 킬로그램당 250원 수준이었다. 고도의 첨단 기술이 필요한 고순도 불화수소와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특히 비료나 요소수에 사용하는 요소는 특별히 순도가 높고, 품질이 좋아야 할 이유도 없다.

결국 요소 생산은 대표적인 개발도상국형 산업이다. 우리나라도 1961년 충주비료에서 처음 생산을 시작했지만, 2011년을 마지막으로 생산 설비를 폐기해버린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요즘은 중국을 비롯해서 인도·인도네시아·파키스탄·베트남·벨라루스와 같은 개발도상국들이 전 세계 요소 수요의 대부분을 감당하고 있다. 물론 의약품으로 사용하는 고순도 요소는 여전히 미국·유럽·일본과 같은 화학산업 선진국에서 생산한다.

중국의 요소 생산이 갑자기 줄어든 것은 연료로 사용하는 석탄의 부족보다 압축기 가동에 필요한 전기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페인·영국·호주·미국이 그랬듯이 중국도 지난 여름 날씨가 매우 좋지 않았다. 바람이 불지 않고, 비가 많이 내리면서 발전설비의 12.8%를 차지하는 풍력과 11.5%를 차지하는 태양광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석탄 수급 불안으로 발전설비의 49.1%, 발전량의 60.8%를 차지하는 석탄화력에도 문제가 생겼다.

결국 중국은 에너지 정책의 총체적 실패로 20개 성·시에 대정전이 발생하는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다. 그런 현실에서 수익성이 낮아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요소 생산 공장이 가장 먼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이 요소의 수출을 제한하는 것은 내년 농사에 사용할 요소 비료를 비축하기 위한 시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수출을 제한해서 국제 자유무역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중국이 아직도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한 셈이다.

맹목적으로 태양광·풍력을 확대하고, 위험한 원전과 더러운 석탄화력을 포기하고 있는 우리도 중국의 에너지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강조하고 있는 수소 기술도 완성된 것이 아니다. 기술력과 국민 부담을 무시한 에너지 정책의 과속 질주는 재앙적인 인재(人災)로 이어진다는 것이 중국에서 배워야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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