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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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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가격 폭등 대처 위한 ‘세금인하 원칙’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1.07 11:04

에경연, 에너지 가격 상승 정도·기간 고려한 에너지 세금 인하 기준 수립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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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에너지 전환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해선 수송용 유류세 및 액화천연가스(LNG) 관세 등의 세금 조정을 한시적으로 할 게 아니라 일정한 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예측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유 및 천연가스 가격 폭등이 이어지면서 지금처럼 경제 상황에 따라 정부 재량으로 세금 조정이 이뤄질 경우 에너지 전환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장 참가자들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7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철현 선임연구위원, 김성균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의 급등과 국내 에너지 수급에 미칠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화석 에너지 가격의 폭등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일정한 ‘기준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제 상황을 고려한 재량에 따른 세금 인하가 아니라 흔들림 없이 에너지 전환을 추구할 수 있도록 에너지 가격의 상승 정도와 상승 기간 등을 고려한 에너지 ‘세금 인하의 원칙’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는 의견이다. 예를 들어, ‘월간 10% 이상 국제 유가가 폭등했을 때 이후 3개월 동안 유류세 10% 인하’와 같은 원칙을 둘 수 있다는 것.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인상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겹치며 폭등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경기가 회복하며 전 세계적으로 가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가스 공급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과 미국의 가스 비축량이 평년 수준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이는 다시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스는 통상적으로 4~10월까지가 겨울을 대비한 비축기간인데 유럽의 경우 지난해 이 시기 94%에 달했던 비축량이 현재는 74%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도 가스 비축량이 최근 5년 평균 대비 5.5% 감소한 수준이다.

가스공급 부족 현상은 유럽 역내 가장 큰 가스 공급자인 네덜란드의 2018년 이후 주요 가스전 단계적 퇴출, 대유럽 최대 가스 수출국인 러시아와 EU간 Nord Stream 2 신규 파이프라인 승인에 대한 정치적 갈등 등 유럽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또한, 미국의 8월 말~9월 초 허리케인으로 인한 천연가스 생산 중단,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원유 및 가스 플랜트에 대한 유지 보수 및 투자 감소도 전 세계적인 가스 공급 부족 사태를 이끌었다.

세계 최대의 LNG 생산국인 카타르도 현재 생산 가능한 최대치를 생산 중이며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힘들다고 밝히고 있다. 이 밖에 올해 겨울 한파 예상도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국내 석유 가격도 빠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휘발유와 경유의 주유소 평균 가격은 지속적으로 인상됐다.

이에 대해 이번 보고서에서는 국제 천연가스 가격 폭등이 유발한 화석연료 가격의 동반 상승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에서 필연적인 과정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비상사태가 결부되며 문제의 심각성이 커졌으나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온전히 대체해가는 과정에서 앞으로도 종종 발생할 현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화석연료의 소비 감소 없이 생산을 줄이면 당연히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화석에너지 가격의 상승을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 할 수 있는 동력으로 삼아 에너지 소비자들을 설득하고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를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연구위원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탄소세 등과 같은 가격 정책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에너지 소비자들이 동의하고 예상할 수 있는 감세 원칙이 확립된다면 갑작스러운 화석에너지 가격 폭등의 충격을 완화하면서 동시에 에너지 전환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you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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